거울 거울 속에는 소리가 없소 저렇게까지 조용한 세상은 참 없을 것이오. 거울 속에도 내게 귀가 있소 내 말을 못 알아듣는 딱한 귀가 두 개나 있소 거울 속의 나는 왼손잡이오. 내 악수를 받을 줄 모르는 악수를 모르는 왼손잡이오. 거울 때문에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만져보지 못 하는구료마는 거울이 아니었던들 내가 어찌 거울 속의 나를 만나보기만이라도 했겠소 나는 지금 거울을 안 가졌소마는 거울 속에는 늘 거울 속의 내가 있소. 잘은 모르지만 외로된 사업에 골몰할게요. 거울 속의 나는 참나와는 반대요마는 또 꽤 닮았소 나는 거울 속의 나를 근심하고 진찰할 수 없으니 퍽 섭섭하오. 1934.10. - 이상 김해경 *** 李霜(이상)은 띄어쓰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데, “이것은 정서법이나 기존의 율격의식 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