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모 음

눈이여! 어서 내려다오 - 오일도

삼 보 2023. 2. 25. 02:01

 눈이여! 어서 내려다오

 

 

눈이여! 어서 내려다오

저 황막(황막)한 벌판을 희게 덮어다오

 

차디찬 서리의 독배(毒盃)에 입술 터지고

무자비한 바람 때 없이 지내는 잔 칼질에

피투성이 낙엽이 가득 쌓인

대지의 젖가슴 포-트립 빛의 상처를.

 

 

눈이여! 어서 내려다오

저어 앙상한 앞산을 고이 덮어다오.

 

사해(死骸)의 한지(寒枝) 위에 까마귀 운다.

금수(錦繡)* 옷과 청춘의 육체를 다 빼앗기고

한위(寒威)에 쭈그리는 검은 얼굴들.

 

 

눈이여! 퍽 퍽 내려다오

태양이 또 그 위에 빛나리라

 

 

가슴 아픈 옛 기억을 묻어 보내고

싸늘한 현실을 잊고

성역(聖域)의 새 아침 흰 정토(淨土) 위에

내 영()을 쉬이려는 희원(希願)이오니.

 

 

- 오일도

 

 

 

 

 

* 금수(4) (錦繡)

1) 수를 놓은 비단. 또는 아름답고 화려한 옷이나 직물.

2) 아름다운 시문(詩文)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네이버 국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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