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여! 어서 내려다오
눈이여! 어서 내려다오
저 황막(황막)한 벌판을 희게 덮어다오
차디찬 서리의 독배(毒盃)에 입술 터지고
무자비한 바람 때 없이 지내는 잔 칼질에
피투성이 낙엽이 가득 쌓인
대지의 젖가슴 포-트립 빛의 상처를.
눈이여! 어서 내려다오
저어 앙상한 앞산을 고이 덮어다오.
사해(死骸)의 한지(寒枝) 위에 까마귀 운다.
금수(錦繡)의* 옷과 청춘의 육체를 다 빼앗기고
한위(寒威)에 쭈그리는 검은 얼굴들.
눈이여! 퍽 퍽 내려다오
태양이 또 그 위에 빛나리라
가슴 아픈 옛 기억을 묻어 보내고
싸늘한 현실을 잊고
성역(聖域)의 새 아침 흰 정토(淨土) 위에
내 영(靈)을 쉬이려는 희원(希願)이오니.
- 오일도

* 금수(4) (錦繡)
1) 수를 놓은 비단. 또는 아름답고 화려한 옷이나 직물.
2) 아름다운 시문(詩文)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네이버 국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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