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가을 가고 결박 풀려 봄이 오다. 나무 나무에 바람은 연한 피리 불다. 실강지에 날 감고 밤 감아 꽃밭에 매어 한 바람 한 바람씩 당기다. 가을 가고 결박 풀어져 봄이 오다. 너와 나 단 두 사이에 맘의 그늘에 현음(絃音) 감는 소리. 타는 소리 새야, 봉우리야 세우(細雨)야, 달아 - - 황석우 는 “봄을 맞이하는 즐거움이 주된 내용을 이루는 이 시는 계절의 흐름을 '실'로 구상화하여 표현한 시적 발상이 기발하다. 시인은 겨울의 이미지를 결박으로 표상하고, 결박이 풀리는 자유로운 비상의 이미지로 봄을 노래한다. 특히 '실강지에 날 감고 밤 감아'라는 표현은 세월을 당겨서라도 봄을 빨리 맞고 싶은 시인의 조급한 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실강지(실타래)에 감겨 팽팽하게 당겨지는 줄의 탄력은 현악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