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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가면 - 박인환과 그 사연

세월이 가면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 박인환 는 “'세월이 가면'은 박인환 시인의 마지막 시로 알려져 있는데 작품 일화가 있다. 당시 문인들의 아지트였던 명동의 대포집 '은성'에서 극작가인 이진섭, 백치 아다다를 불러 유명한 나애심이 같이 술을 마시던 가운데, 시를 쓰던 박인환의 종이를 들고 이진섭이 즉석에서 곡을 붙이고 나애심이 바로 불렀다. 나애심이 먼저 술자리에서 나가자, 나중에 온 테너 임만..

글 모 음 2023.03.07

소연가 - 화인(花人) 김수돈

소연가 (召燕歌) 꽃 향(香)이 밤그늘의 품에 안겨 끝이 없는 넓은 지역을 돌고 돌며 펼쳐와 슬픔이 남아 있는 먼 추억을 건드리면 나는 아직도 너를 사랑하고 있는 것을 분명히 알고 만다. 새 주둥이 같은 입술이 빨간 열매를 쫓으려던 유혹에 너도 여인이므로 타박타박 고개 숙인 채 걸어간 것을 지금은 다시 돌아오렴 열린 창 앞을 쫓는 제비같이 너도 나를 찾아오렴. - 김수돈 金洙敦 는 “김수돈은 꽃과 술과 여인을 절절히 사랑한 낭만적 시인이다. 일제 말기와 해방기, 전쟁기로 이어지는 어둡고 혼란스러운 길에서 그의 삶을 이끌어 간 것은 순정한 시와 깊은 우수와 방만한 취기와 열정적인 사랑이었다. 이러한 삶의 우수와 낭만성은 그의 초기 작품에서부터 후기 작품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꽃과 여인의 이미지로 드러난다...

글 모 음 2023.03.06

체념 - 월하(月下) 김달진

체념 봄안개 자욱히 나린 밤거리 가등(街燈)은 서러워 서러워 깊은 설움을 눈물처럼 머금었다 마음을 앓는 너의 아스라한 눈동자는 빛나는 웃음보다 아름다워라 몰려가고 오는 사람 구름처럼 흐르고 청춘도 노래도 바람처럼 흐르고 오로지 먼 하늘가로 귀 기울이는 응시 혼자 정열의 등불을 달굴 뿐 내 너 그림자 앞에 서노니 먼 사람아 우리는 진정 비수(悲愁)에 사는 운명 다채로운 행복을 삼가하오 견디기보다 큰 괴로움이면 멀리 깊은 산 구름 속에 들어가 몰래 피었다 떨어진 꽃잎을 주워 싸늘한 입술을 맞추어 보자. - 김달진 (1946. 6) *작가 나이 40에 애틋한 짝사랑을 할리는 없었으리라! 해방이 됐어도, 바라던 삶이 온전하게 반영되지 않자, 자신의 마음을 시로 노래해 숨은 한을 풀고자 한 것 아니겠나! 첫 문단..

글 모 음 2023.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