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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열차는 타자기처럼 - 김경린

국제 열차는 타자기처럼 오늘도 성난 타자기처럼 질주하는 국제열차에 나의 젊음은 실려가고 보라빛 애정을 날리며 경사진 가로에서 또다시 태양에 젖어 돌아오는 벗들을 본다. 옛날 나의 조상들이 뿌리고 간 설화(說話)가 아직도 남은 거리와 거리에 불안과 예절과 그리고 공포만이 거품일어 꽃과 태양을 등지고 가는 나에게 어둠은 빗발처럼 내려온다. 또디시 먼 앞날에 추락하는 애증이 나의 가슴을 찌르면 거울처럼 그리운 사람아 흐르는 기류를 안고 투명한 아침을 가져오리. - 김경린 金璟麟 는 그를 가르켜 '20세기와 21세기의 모더니즘을 아우른 시인'으로 요약했다.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146

글 모 음 2023.03.16

향수(鄕愁) - 우사(雨社) 김광균

鄕愁(향수) 저물어 오는 육교 위에 한 줄기 황망한 기적을 뿌리고 초록색 램프를 달은 화물차가 지나간다. 어두운 밀물 위에 갈매기 떼 우짖는 바다 가까이 정거장도 주막집도 헐어진 나무다리도 온 ―겨울 눈 속에 파묻혀 잠드는 고향. 산도 마을도 포푸라나무도 고개 숙인 채 호젓한 낮과 밤을 맞이하고 그 곳에 언제 꺼질지 모르는 조그만 생활의 촛불을 에워싸고 해마다 가난해 가는 고향 사람들. 낡은 비오롱*처럼 바람이 부는 날은 서러운 고향. 고향 사람들의 한 줌 희망도 진달래빛 노을과 함께 한번 가고는 다시 못 오지. 저무는 도시의 옥상에 기대어 서서 내 생각하고 눈물지움도 한 떨기 들국화처럼 차고 서글프다. - 김광균 金光均 * 비오롱 = 바이올린 ビオロン ([(프랑스어) violon]) 명사 비올롱. (=..

글 모 음 2023.03.15

강강술래 - 심호(心湖) 이동주

강강술래 여울에 몰린 은어(銀魚) 떼. 삐비꽃 손들이 둘레를 짜면 달무리가 비잉빙 돈다. 가아응 가아응 수우워얼래에 목을 빼면 설움이 솟고…… 백장미(白薔微) 밭에 공작(孔雀)이 취했다. 뛰자 뛰자 뛰어나 보자 강강술래 뇌누리*에 테이프가 감긴다. 열두 발 상모가 마구 돈다. 달빛에 배이면 술보다 독한 것 기폭(旗幅)이 찢어진다. 갈대가 스러진다. 강강술래 강강술래 - 이동주 * 뇌누리~ ‘물살, 소용돌이, 또는 여울의 옛말’이라고 네이버블로그 여러 곳에서 풀었다.

글 모 음 2023.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