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념
봄안개 자욱히 나린
밤거리 가등(街燈)은 서러워 서러워
깊은 설움을 눈물처럼 머금었다
마음을 앓는 너의 아스라한 눈동자는
빛나는 웃음보다 아름다워라
몰려가고 오는 사람 구름처럼 흐르고
청춘도 노래도 바람처럼 흐르고
오로지 먼 하늘가로 귀 기울이는 응시
혼자 정열의 등불을 달굴 뿐
내 너 그림자 앞에 서노니 먼 사람아
우리는 진정 비수(悲愁)에 사는 운명
다채로운 행복을 삼가하오
견디기보다 큰 괴로움이면
멀리 깊은 산 구름 속에 들어가
몰래 피었다 떨어진 꽃잎을 주워
싸늘한 입술을 맞추어 보자.
- 김달진 (1946. 6)

*작가 나이 40에 애틋한 짝사랑을 할리는 없었으리라!
해방이 됐어도,
바라던 삶이 온전하게 반영되지 않자,
자신의 마음을 시로 노래해 숨은 한을 풀고자 한 것 아니겠나!
첫 문단 "봄안개 자욱히 나린
밤거리 가등(街燈)은 서러워 서러워
깊은 설움을 눈물처럼 머금었다"라고
시작 문단부터 쓸쓸하게 풍기는 애닲은 심정은,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는 나라에 대한 간절함 같아 더 아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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