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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념 - 월하(月下) 김달진

삼 보 2023. 3. 5. 02:20

 체념

  

 

봄안개 자욱히 나린

밤거리 가등(街燈)은 서러워 서러워

깊은 설움을 눈물처럼 머금었다

 

마음을 앓는 너의 아스라한 눈동자는

빛나는 웃음보다 아름다워라

 

몰려가고 오는 사람 구름처럼 흐르고

청춘도 노래도 바람처럼 흐르고

 

오로지 먼 하늘가로 귀 기울이는 응시

혼자 정열의 등불을 달굴 뿐

 

내 너 그림자 앞에 서노니 먼 사람아

우리는 진정 비수(悲愁)에 사는 운명

다채로운 행복을 삼가하오

 

견디기보다 큰 괴로움이면

멀리 깊은 산 구름 속에 들어가

몰래 피었다 떨어진 꽃잎을 주워

싸늘한 입술을 맞추어 보자.

 

 

- 김달진 (1946. 6)

 

 

 

 

*작가 나이 40에 애틋한 짝사랑을 할리는 없었으리라!

해방이 됐어도,

바라던 삶이 온전하게 반영되지 않자,

자신의 마음을 시로 노래해 숨은 한을 풀고자 한 것 아니겠나!

 

첫 문단 "봄안개 자욱히 나린

밤거리 가등(街燈)은 서러워 서러워

깊은 설움을 눈물처럼 머금었다"라고

시작 문단부터 쓸쓸하게 풍기는 애닲은 심정은,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는 나라에 대한 간절함 같아 더 아프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