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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안녕히

삼 보 2014. 5. 1. 04:34

 

 

부디  안녕히

 

일본에서 18년 동안 써먹을 만큼 써먹은 세월호

겨우 2년 남짓 이 나라 다도해를 뚫고 다니던 배

물살이 센 곳을 다니는 뱃길이 위험하다고 말했건만

그 물살 타면 기름 값 줄일 수 있다고 묵살한 청해진.

다른 여객선보다 급료가 적어도 한없이 적은 대우에도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교주의 설교에 빠져버린 선원들

십일조까지 때고 나면 남는 건 빈 봉투

재난사고 훈련 한 번 해보지 못한 승무원들

회사 돈 벌어주기 바빠 화물 적재가 넘어도 입 봉한 항해사

그래도 적재함 밧줄은 단단히 묶었어야 되건만.

언젠가 터질 것만 같았던 해운업계 비리

업계가 비리의 비리를 낫고 불법을 일삼아도

정부는 눈 뜬 맹인들

정부와 해운 업계의 짝짜꿍이 결코 이렇게 가르고 마는구나!

 

 

크게 되지 않을 사고를 키워버린 세월호 참사.

선장의 무책임, 정부의 무능력, 업계의 무신경

왜 하필이면 꽃다운 아이들이었단 말인가?

 

 

슬픔은 고통을 낫고 고통은 가슴을 에여내고

괴로움에 다다르니 바로 이게 죄가 아닌가?

아이야 우리가 잘 못했다. 용서해라

아무리 말해도 아물지 못할 아이들의 그 깊은 상처

약을 바를 자 그 누구란 말인가?

어린 학생들에게 영원히 저주받아야 할 어른들

기어코 닥칠 것이 닥치고 말았는데

아직도 어른들은 반성도 재대로 못하고 있구나!

 

 

조문에 나서는 대통령과 조문연출?

사과 한 번 제대로 못하는 그 자세.

초상집에서 책임 회피하며 물러서려는 국무총리?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먹어야할 황제라면?

아직도 책임의 소재를 따지지 못하는 해경

그물을 쳤다고 말로만 했는가?

2km까지 떠내려 간 시신은 무엇인가?

 

 

앵커들의 검은 옷이 국민들을 슬프게 하는가?

검은 옷 입지 말라는 KBS 보도국 지시

슬픔을 같이 하자는데 슬퍼하지 말라!

국민의 아픔은 아랑곳 하지 않고

정부에 편 붙을 생각에 잠긴 언론들

무엇이 먼저인지 모른다니

그게 언론인가?

아이야 슬퍼하지 마라

그래도 언젠가 세월이 가면

세상이 평온해지지 않겠니?

바로 너희들의 세상에서

미안하구나.

용서를 빌고 또 빈다.

슬픈 아이들아

천국으로 향하는 아이들아

정말 미안하다.

부디 안녕히...

 

 

세월호 침몰 사고 때 구조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30일 오후 안산시 초지동 화랑유원지의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숨진 친구들의 영정을 보며 울고 있다. 사고 이후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온 학생들은 이날 퇴원 후 첫 일정으로 영면한 친구 158명을 조문했다. 안산/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