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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가짜 돌배 꽃에 취해

삼 보 2016. 2. 11. 02:22

돌배 꽃과 코흘리게



심심 산골 방아동 골짜기
코흘리게 시절
산등어리 어디서도
과목은 띄지 않았다

이따금 산 복숭아
어른 키만큼 자라
질투의 꽃을
피우곤 할 때

새하얀 돌배 꽃
예쁜 각시 돼
코흘리게
가슴으로 다가섰다

햇살 가득 하면
두 눈 감아
시리게 다시
뜨곤 하며

저만큼 예쁘다며
기지게 펴
아지랑이 몰고
살며시 땅에 주져 앉는다

백의겨례 닮았는지
새하얗게 땅에 물든다
후후 입바람 불어
날개 만들어

예쁜 각시에게
불고 또 불며
고사리 손 맞잡고
하늘을 날았다

               

미국 땅 어디에도 정이 없던 시절
이듬해 첫 선물, 너는 가짜 돌배 꽃
시리게 눈에 들어와 코를 훔친다.

꽃 잎파리 터지며 천지가 흔들린다
이 내가슴 파랗게 물들어
정붙이기 하나가 해마나 찾아준다

어언 스무 번 너는 나를 찾았고
나 또한 너를 반긴다
그때 그 시절 눈 부시어 쳐다 볼 때 같이



아주 가까이 서서 나를 위로하며
하루를 편다
아니 한해를 열어 놓는다

깊은 향기 없어서 좋고
하얀가슴 만드니 좋다
백의겨례를 닮아서 더 좋다

내가 가도 너는 남아
너의 자태 잃지 말고
영원히 영원히 뽐내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