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News)와 생각

천 길 벼랑 끝에 선 박근혜 호

삼 보 2014. 6. 17. 04:14

      진퇴유곡(進退維谷)이란 말이 바로 무색할 정도로 박근혜 호가 벼랑 끝에 몰린 상태다. 앞뒤로 물러설 수 없는 참담한 지경일 것이다. 문창극을 낙마시키려면 자신의 이상형인 김기춘까지 퇴출시켜야 할 상황에 처해있다고 보는 눈이 정확하다.

   지난 달 22일 안대희 변호사를 총리 지명한 이후 자진사퇴하기까지 6일 동안 박근혜라는 인물 됨됨이에 금이 갔는데, 또다시 문창극을 지명철회하려 하니 걸려드는 것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못된 싹은 더 크기 전에 미리 잘라내는 것이 차선이라는 말들을 한다.

 

   지금 새누리당 일부와 시민사회단체들까지 문창극의 총리 등극을 저지하고 있다.

   먼저 16일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페이스북에서 문창극 후보자를 반대하고 나섰다.

 

이재오 의원은 16일 페이북에 올린 글이다.

 

"지금 나라 형편이 말이 아니다. 국민들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접어가고있다. 다수의 국민들이 '아니다' 하면 아닌 것이다. 고집 부릴 일이 아니다. 나라를 더이상 어지럽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안 될 일 가지고 시간을 끌수록 청와대에 대한 불신만 가중될 것이다.

 

시간 끌어도 결과는 뻔한 일이다. 이미 이웃나라에도 망신살이 뻗쳤다. 이럴 때 당지도부나 앞으로 지도부가 되겠다는 분들이 국민들의 소리를 가감없이 전달해야 한다. 몸보신 하려고 지도부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눈치 보고 시키는 대로 당을 이끄는 것은 전임 지도부로 족하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노컷뉴스;2014.6.16.)

 

 

   이따금 따끔하게 한 마디씩 던지는 이재오 의원은 이번에도 그 순간을 노치지 않고 일침을 가하고 만다. MB계인 그의 입김은 그래도 살아 있다는 한겨레신문의 논평이다.

 

이재오가 누구인가. 지금이야 한물간, 별 볼일 없는 정치인처럼 보이지만 한때 ‘친이계’의 좌장으로 행세하며 이명박 정부의 2인자로 군림했다. ‘썩어도 준치’라고 마음먹으면 친이계 몇 사람 규합할 정도의 영향력은 지니고 있다. 그러니까 이재오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행위는 “나, 이래 봬도 아직 힘이 있거든”이라는 외침이기도 하다. 이재오로선 설령 6명을 모으지 못한다 해도 무방하다. 이미 새누리당 소속 초선 의원 6명이 이름을 걸고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해버리지 않았겠는가. 거기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이인제 의원도 사실상 임명에 반대한다는 뜻을 공표했다. 새누리당 한쪽에선 당론을 정하지 말고 자유투표를 하자는 제안까지 나오고 있다. 임명동의안은 무기명 비밀투표인데, 당론 투표라는 부담까지 없으면 의원들은 별다른 부담을 느끼지 않고 부결 표를 행사할 수 있다.

 

 

이재오는 ‘정국의 캐스팅 보트’를 목표로 움직이는 것 같다. 문창극이 낙마하면 결과적으로 ‘이재오의 작품’이 되도록 상황을 만들어 갈 것이다. 이재오의 실제 영향력 여부를 떠나 구도가 그렇게 짜이고 있다. 앞으로 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주요 안건을 처리하려면 야당의 협력에 더해 당내 ‘이재오와 친이계의 승인’을 구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여당 내부 ‘친박계’를 이끌던 박근혜 의원이 의사결정을 좌우하던 것처럼 말이다. 이러니 이재오가 어찌 쾌재를 부르지 않을 손가. 비유하자면, 박 대통령과 ‘친박’은 지금 천길 낭떠러지 벼랑 끝에 위태로운 자세로 몰려 있다. 이재오와 친이계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추락할 수 있는 ‘초절정 위기 상황’ 말이다.(한겨레;2014.6.16.)

 

 

 

   새누리당에서 MB계가 쥐죽은 듯 하지만 그래도 틀린 일에는 앞으로 나서려는 의지가 있는 것을 보고 있는 중이다.

만일 문창극을 끝까지 청와대 김기춘이 몰고 가려고 하면 더 이상 손을 들어주지 않을 태세로 본다.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도 문창극 후보에 대해서 쓴 소리를 내놓고 있으며, 새누리당 초선 의원 6명도 똘똘 뭉쳐 있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49)가 16일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를 향해 “강경보수 논객으로 이미 공이 높으니, 만족함을 알고 그만 두길 바란다.”며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문창극과 조국은 같은 학교 동문이지만 학번으로 계산한다면, 문창극이 한참 선배다. 후배의 말을 들어 줄 것인가 아니면 박근혜 호를 천길 아래로 더 떨어트릴 것인가? 다음은 경향신문에서 보도한 내용이다.

 

조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창극, ‘사과는 무슨’이라더니, 일요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몇몇 망언에 대해‘사과’했다”며 “문 후보자님, 이번 겸손한 자세로 읽은 ‘사과문’ 내용과 지금까지 칼럼과 강연에서 기세등등하게 주장한 내용을 비교해보시지요. 같은 사람 맞습니까?”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일제 식민지배에 대한 귀하의 역사관은 ‘뉴라이트’의 역사관과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가?”라며 “이번 사과에도 불구하고 박정희기념재단 이사였던 귀하에게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에 대한 조롱과 폄훼는 일상적인 일 아니었나?”라며 비꼬았다. 지난 15일 문 지명자가 기자회견을 열어 논란을 일으킨 ‘교회 강연’과 칼럼에 대해 사과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조 교수는 문 지명자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난한 칼럼에 대해 “모두 언론인 시절 언론인으로서 한 일이었다”며 사과한 것도 언급했다.

 

조 교수는 “거대 신문사의 주필이자 자타공인 강경 보수논객이었던 분이 총리자리 때문에 그렇게 평생의 신조를 쉽게 접습니까? 그렇게 간단히 내던질 신념을 어찌 그리 자신만만 맹렬표독하게 주장하였던가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언영색으로 난관을 피하고, 총리가 되고 나면 바로 본래의 소신을 보란 듯이 실천하리라 마음먹고 있습니까?”라며 “사실 ‘사과’를 하면서도 언론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지 않은 걸 보니‘사과’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또 제주 4·3 사건을‘공산주의자들의 반란’이라고 표현한 문 지명자의 발언도 되짚었다. 그는 “귀하는 이번‘사과문’에서도 제주 4·3을‘공산주의자들에 의한 폭동’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으셨더군요. 귀하는 2013년 국회가 4·3 특별법 개정을 통해 4·3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했다는 것을 알고 있나?”라고 물었다.

 

이어 “총리는 동법에 따라‘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위원장이 된다”며 “귀하는 양심과 신념에 비추어 자신이 이 직무를 수행할 의사와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물러나는 때와 의미를 아는 자가 식자(識者)”라며 “‘돈지시의’(遯之時義)! 을지문덕 장군의 ‘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를 빌려 말한다. 귀하는 강경보수 논객으로 이미 공이 높으니 만족함을 알고 그만 두길 바란다”고 말했다.(경향신문;2014.6.16.)

 

   다음은 뉴시스가 16일 보도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단군민족평화통일협의회 그리고 남만호 전 광복회장의 의견도 나열해본다. 한 결 같이 문창극 총리지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 지명 철회와 김기춘 비서실장 해임을 촉구했다.

 

경실련은 "국민 상식과 어긋나는 반민족적 역사관과 극단적 종교 이념 편향, 불균형한 국가발전관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문 후보자의 총리 지명을 강행하는 것은 국격을 훼손하고 국가 정체성을 흔드는 처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문 후보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통합과 국가개혁에 나설 적임자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종교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문 후보자의 망언들은 몇 마디 사과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위험하고도 한심한 식민사관과 극단적 사고체계를 가진 문 후보자가 총리 후보자라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문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또 "그동안 지적해왔던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잇단 인사 참극의 책임자이자 불통과 독주,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상징하는 핵심 인물인 김기춘 비서실장을 해임해 국정쇄신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단군민족평화통일협의회도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일본의 역사왜곡과 독도침탈 음모가 노골화하고 있는 시점에 국가의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할 총리에 지명된 사람이 몰역사적이며 반민족적이라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길이 없다"며 "망국의 길로 가고 있다"고 성토했다.

 

 

남만오 전 광복회장은 "문 후보의 발언은 임시정부 법통 계승을 부정하는 것이자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헌법을 부정하는 문 국무총리 후보는 자진해서 사퇴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고(故)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권씨는 "문창극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말만 들어보면 이완용처럼 나라를 싸다가 갖다 주는 매국노의 생각과 마찬가지다"라며 "국민들이 정신을 똑바로 차려서 이런 지명이 다시는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뉴시스;2014.6.16.)

 

   한 주일이 지나가면 갈수록 박근혜의 지지율이 조금씩 하락하는 추세라는 뉴스도 있다. 워낙 보수 세력들의 굳은 사고가 한꺼번에 몰락하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보수도 아니고 그렇다고 진보성향도 아닌 박근혜 추종세력들이 조금씩 고무신을 되돌려 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사 책임에 문제가 있는데다 국민의 의견을 전혀 고려조차 하지 않으려는 옹고집에 환멸을 느끼는지 모를 일이다. 거기에 벌써 청와대는 입에 자물쇠 채운 지 오래다. 자신에게 이득이 없으면 입 다물고 앵돌아서서 딴전피우는 그 행동은 여전하다. 그러니 국민의 소수도 앵돌아서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국민에게 인기를 끌 일을 찾기 위해 중앙아시아로 날아가 세일즈 외교 중이시라고 한다.

 

   진퇴양란(進退兩亂)인 이 상황에서 외국으로 날아가실 수 있는 전용기가 있어 좋으시겠다. 단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박근혜 호는 지금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중이다. 국민들께서나 실컷 근심 걱정하시란다. 그러나  박근혜 호가  문창극 같은 이를 총리로 두려는 의도가 확실 했으니, 그 속내를 우리는 확실하게 짚었다고 해도 될 것 같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1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 도착해 현관 실내 화단의자에 앉아 기자들에게

그동안 자신의 발언에 대해 본인이 작성해 온 해명서를 읽은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참고가 된 원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6161602331&code=910100&nv=stand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6161417591&code=910203&nv=stand

http://www.nocutnews.co.kr/news/4041866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642588.html?_ns=t1

http://blog.daum.net/limhm3333/19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