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 마음

'순수유가족'발언과 국민비하

삼 보 2014. 5. 11. 06:05

    ‘유가족’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당하고 있는 이들은 어떨 것인가.

   4·16참사는 졸지에 수많은 유가족을 만들어 놓고 말았다.

   그런데 청와대는 ‘순수유가족’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만들어 놓고 있으니, 이 또한 무슨 괴변(怪變)의 짓이란 말인가?

   5월8일 오후부터 안산 합동분향소에 모여 있던, 유가족들은 자식들의 영정을 분향소에서 내려 가슴에 품고 서울 여의도 KBS를 찾았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세월호와 교통사고 사망자 비교 발언에 대한 항의방문이었다. KBS는 유가족 항의 사항인 김시곤 해임과 길환영 KBS사장 면담 요청에 대해 가볍게 웃어넘기고 말았다.

   150여 명의 유가족들은 청와대로 향했다. 그러나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 사거리 앞에서 멈춰야 했다. 9일 오전 4시가 다된 시각부터 그들은 차디찬 아스팔트 위에 주저앉기도 하고, 일부 유가족은 단 10초만이라도 대통령과 면담을 해달라고, 막아선 경찰에 애걸을 하고 있었다.

 

민경욱 대변인 순수 유가족 발언 /연합뉴스

   한편 청와대에서는 민경욱 대변인이 9일 기자들과 만나 "지금 (청와대 앞에 세월호 참사) 유가족분들이 와 계시는데 순수 유가족분들 요청을 듣는 일이라면 누군가가 나가서 그 말씀을 들어야 한다고 입장이 정리됐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취재진이 "순수하지 않은 유가족은 뭐냐"고 묻자 민 대변인은 "유가족이 아닌 분들은 (면담) 대상이 되기 힘들다는 말"이라며 "유가족은 120명 정도 되고, 그분들 외에 더 많은 인원이 있는 것으로 보고받았다" 말했다.

그는 "'순수'라는 표현이 걸리지만 유가족 분들이 요구할 게 있다면 그 분들은 만나볼 수 있다는 의미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대변인은"불순한 국민을 상정한 표현으로 부적절한 표현이자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를 보는 시각을 드러낸 말"이라며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라며 날을 세웠다.

해당 발언을 접한 누리꾼들은 "'순수 유가족'이 무슨 뜻이지?" "그 자리에 있던 사람 중 유가족이 아니면 불순하다는 뜻인가?" "단어 선택이 이상하다" 등의 반응으로 비판했다. (세계일보;2014.5.10.)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KBS앵커출신이다. 그가 세월호 참사가 있은 후 벌써 두 번째 말실수를 하고 있다. 지난 4월16일 세월호 참사에서 교육부장관 서남수가 진도체육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컵라면(일명 황제라면)을 먹는 장면이 보도된바 있다. 수많은 이들이(특히 어린자식을 잃고 있는 이들이) 발을 동동거리며, 애간장을 녹이며 식음을 전패하고 있는 앞에서 보란 듯이 배를 채우고 있었으니, 눈에 가시였을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 대변인 민경욱은 한수 더 떠서 계란 운운하며, 교육부장관이 부적절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판단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이 문제는 더 비약되어, 결국 이 기사를 쓴 기자들은 지금 청와대 취재까지 멈춰선 상태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8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계란 라면' 발언을 보도한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한겨레, 한국일보에 대해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 전제)'를 깼다며 청와대 춘추관(기자실) 출입정지 징계를 결정했다.

민 대변인은 지난달 21일 공식 브리핑이 끝난 뒤 일부 기자들과 이야기 도중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라면에 계란을 넣어서 먹은 것도 아니고, 끓여 먹은 것도 아니다"라며 국민 정서상 문제가 됐을 뿐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민 대변인의 발언은 인터넷 언론 오마이뉴스가 '오프 더 레코드'를 깨고 보도했다. 이후 SNS를 통해 민 대변인의 발언은 퍼져나갔다. 이후에도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등을 제외한 청와대 출입 기자단은 비보도 방침을 유지했다. 통상적으로 오프 더 레코드가 깨진 이후에는 자유롭게 보도하는 게 관행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이날 경향신문과 오마이뉴스에 대해서 9주(63일), 한겨레 4주(28일), 한국일보 3주(18일) 동안의 출입정지를 결정해 각 언론사에 통보했다.

출입정지 징계를 받게 되면 지정한 기간 동안 해당 언론사 기자는 청와대가 제공하는 보도자료 등 일체의 자료를 받을 수 없다. 해당 언론사는 청와대 관련 보도가 힘들어지는 셈이다.

 

 

출입정지를 당한 언론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미 민 대변인의 발언이 퍼져나간 상태였고, 내용이 국가안보나 외교상의 기밀도 아니었기에 오프 더 레코드 약속을 깬다고 국가적으로 문제가 생길 사안이 아니라는 주장이다.(일요신문;2014.5.9.)

 

 

 

   이문제만 보더라도 결국 청와대는 순수 국민과 불순한 국민을 가르고 있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청와대에서는 유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유가족과 같이 어울려 선동을 한다고 말할지 모른다. 설령 그렇다고 하드라도 진정성이 확실한 청와대라면, 유가족이 아닌 자들이 선동을 하더라도, 간단하게 대처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결국 정부는 정부 편에만 붙은 사람들 하고만 일을 하겠다는 뜻이 다분한 것이다.

   말하자면 대통령의 뜻을 잘 따르는 국민은 순수한 국민이고, 그렇지 않은 국민은 불순한 국민 아닌가? 참으로 기막힐 대한민국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 대변인은 누구를 대변하는가?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이런 의지가 없다면 대변인도 없는 것이고, 대통령의 의중에 이런 생각이 있으니 대변인 입을 통해 나오는 것이다. 더 이상 말할 것이 없다.

   대한민국 정부의 일을 잘 거론하지 않는 영국의 BBC가 왜 세월호에 대해서 적극 나서는지도 알 것 같다.

   세월호 사고를 두고 국가 수장이 책임을 저야 한다고 했다. 이번에는 유가족들이 청와대로 행진하여 들어가는 것을 저지하는 장면을 실으며, 한국의 실상을 찾아내고 있다.

BBC는 9일 인터넷판에 세월호 유족의 시위 소식을 게재하고 진도 해상지도와 세월호가 서서히 침몰되는 사진을 시간대별로 실으며 관심을 드러냈다.

로이터는 "지난달 여객선 침몰로 사망한 어린 아이들의 부모들이 9일 새벽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기를 요구하며 청와대로 향했다. 아이들의 영정을 움켜쥔 이들은 경찰에 의해 길이 차단되자 도로 한복판에 앉아 통곡하며 분노에 차서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우리말 좀 들어주세요. 박 대통령님. 우리에게 10초만 주세요" "왜 길을 막습니까?"라고 유족들이 호소하는 육성도 공개했다.(TV리포트;2014.5,10.)

 

 

 

   노자(老子)의 도덕경 제78장에 “세상에서 물보다 부드럽고 연약한 것은 없다[天下莫柔弱於水].”고 하시면서 부드러운 왕정(王政)을 갈구하신다. 그러나 “세상에는 (그 일을) 모르는 자도 없고[天下莫不知], 능히 행동으로 옮기는 자도 없다[莫能行].”고 한탄하신다. 그러나 “(왕은) 국가의 오욕을 받아들여야 국가의 제사를 지낼 수 있는 주인이고[受國之垢 是謂社稷之主], 나라의 불행을 인수하는 것이 천하의 왕이라 한다[受國不祥 是謂天下王].”고 하셨다.

 

 

   나라의 좋은 것만 바라보는 왕을 어찌 왕이라 칭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국민은 왕을 나쁜 일에 앞세우기 위해, 좋은 집과 의복을 입혀주고, 맛있는 음식을 지어 대접하는 것이다.

 

 

   자신이 잘나서 국가의 대통령이 됐다고 생각하는 미지(未知)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스스로 그 자리를 떠나야 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인데, 그 자리에 앉아 부자는 더욱 부자를 만들겠다고 하는 현실이기에, 그의 둘레에는 겹겹이 구린내 나는 무리들이 쌓이게 마련이다. 그러니 세월호 참사가 터진 것 아닌가 말이다. 대통령이 아무리 국가 안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로 국민을 다독이려고 하지만, 결국 말뿐이라는 것이 드러나지 않는가? 제2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안산문화광장에 10일 오후 1만6천의 촛불을 밝히고 있었다. 서울 청계광장도 6천의 시민이 모여 촛불을 밝혔지만,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려하고 있는가? 우리는 깊은 관심을 갖춰야 할 것으로 본다. 순수국민과 분순한 국민이시여!

 

 

   청와대는 일부국민의 대통령이었지, 대한민국 전체 대통령이 아닌 것을, 이제야 밝혀주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러니 순수유가족이 있고 순수 국민이 있는 것이다.

   국민 전체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자신만이 떳떳하고 당당하며, 진정성이 있다면 그 누가 두렵단 말인가? 두려우니 순수한 유가족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고, 순수 국민이 있다는 것이다. 겁이 나니 수많은 경호원과 수행원을 대동해서 비행기로 움직이고 있는 대통령, 국가 채무가 무섭다면서 대통령 전용기 기름 값은 아깝지 않은가? 앞으로 반쪽짜리 대통령도 되지 못할 인물이, 1년 넘게 대통령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한심했는지,,, 차츰 밝혀지게 될 것이다. 또한 세계가 차츰 주목하게 될 날이 기어코 앞에 다가 오고 말 것이다. 국민을 비하하면 결코 온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기사 관련 사진

안산은 '촛불의 바다'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진실을 밝히는 국민촛불행동'에 참석한 학생, 시민들이 안산문화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오마이뉴스에서)

 

 

  참고가 된 원문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1405/h2014050921081984340.htm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89960&PAGE_CD=N0004&CMPT_CD=E0018M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89981&PAGE_CD=N0004&CMPT_CD=E0018M

http://www.tvreport.co.kr/?c=news&m=newsview&idx=499307

http://www.segye.com/content/html/2014/05/10/20140510001161.html?OutUrl=naver

http://www.womennews.co.kr/news/71124#.U25o05VOVok

http://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78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