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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가 모셔온 민주주의 선물

삼 보 2016. 2. 28. 06:41


     대한민국을 민주주의 공화국이라고 한다. 그래서 헌법 제1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고 적었다. 그 설명을 위해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민주주의(Democracy)에 대해 <초등사회개념사전은> “국민이 주인이 되어 국민을 위해 정치가 이루어지는 제도.”라고 요약하여 적고 있다.

    그러나 우리 현대사에서 비춰볼 때 과연 대한민국 주권이 국민으로부터 나왔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왜? 말과 글자로만 그렇게 하고, 써놓았지, 실제 정치인들이 한 행동은 거의 180도 다른 것으로 현대사는 조명하고 있지 않은가? 상해임시정부 시절을 빼고, 우리나라 땅 위에서 시작된 정치사를 간략하게 집고 넘어가야 한다.


 

    ‘독재정치’가 민주주의라고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4.19학생혁명이 왜 일어났는가? 5·16군사쿠데타를 혁명으로 인정하려는 이들은 얼마나 될 것인가! 3선 개헌을 박정희가 온당하게 했으며, 유신헌법이 민주주의 법이 확실하다고 할 수 있는가? 1987년 6월 민중항쟁은 왜 일어나야 했던가? 참으로 비참한 말이지만 우리나라 1948년 재헌 이후 역사는 거의 독재정치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겨우 10여 년 정도 반짝거리다 다시 독재의 늪으로 떨어지려는 그 순간, 대한민국 국민을 불쌍히 여긴 하늘이 망을 던져 받아내는 느낌을 받게 하고 있다.


 

    물론 그래도 10년은 더 넘었다고 할 위인들이 계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태우정권도 그랬고, 김영삼 정부도 순수하게 민주주의 사고만을 갖춘 이들에 입각해서 세워졌다고 할 수 없어서 그 10년은 공제하지 않을 수 없어서 빼버렸다. 그리고 이명박정권부터 지금까지 8년, 순수한 민주주의 속에 있다고 자부할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지루한 생각일랑 차치하고, 지금 국회에서 계속되고 있는 필리버스터(Filibuster=의사진행방해; 국회법엔 ‘무제한 토론’)가 우리에게 주는 ‘민주주의 선물’에 대해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필리버스터를 네티즌들이 줄여 ‘필리’라 한다고 하니, 간단하게 쓰기로 한다. 필리가 우리나라 국회에서 언제 끝났는지, 언론마다 통일이 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근 반세기 동안 쓰지 않던 필리를 재생시킨 것은 박근혜가 새누리당 비대위장 시절인 2012년 이라고 한다. 그런데 본인은 그 자체도 까먹었는지 기억상실을 한 것 같다(양의 탈을 쓴 거처럼 하던 시절 일이라 망각?). 필리를 국회에서 한다며 책상을 내리쳤다고 하는 것으로 보면 말이다. 야당에서 필리를 하게 된 동기부터 따져보고, 그 원인에 잘못된 이유가 있다면, 선후를 잘 짚어보고 순차적으로 행동을 취했어야 할 것을 그렇게 하지 않은 것 같다. 뭐가 그렇게 급한지.


 

 

    

    필리버스터 100시간이 지나면서, 필리의 원인이 된 것은 테러방지법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제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 테러방지법은 왜 제정하려고 했으며 무엇이 문제인가?

 

    경향신문은 그 내용을 상세히 적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테러 관련 법안은 국가 대테러 활동과 피해보전 등에 관한 기본법(송영근 의원 발의), 국민 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이병석 의원 발의), 테러 예방 및 대응에 관한 법률안(이노근 의원 발의)이었다. 모두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들이다. 송영근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2013년 발의됐고, 나머지 법안은 지난해 2월과 3월에 발의됐다. 지난해 발의된 법안의 제안 이유를 보면 2001년 9·11테러와 IS(이슬람국가)의 국제테러가 언급돼 있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월 김모군이 IS에 가담하면서 테러 방지에 관심이 있던 의원들이 각각 테러방지법안을 냈다”고 설명했다.(경향신문;2016.2.27.)


 

 

    이 중 이병석 의원이 발의한 ‘국민 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이 제일 중심부에 있다고 한다. 그 내용 중에 테러통합대응센터를 설치하도록 하고, 테러통합대응센터의 장은 테러단체 구성원 또는 테러기도와 지원자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대하여 정보수집·조사 및 테러 우려 인물에 대한 출입국 규제·외국환 거래 정지 요청 및 통신 이용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결국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독소조항이 있어, 휴대폰 감청과 계좌 추적이 대표적인 내용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일명 통비법)에 ‘국가 안전보장에 대한 상당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에다 ‘대테러 활동에 필요한 경우’를 추가하고,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일명 FIU법)에 ‘금융위원회’에다 ‘테러통합 대응센터의 장’까지 추가한 것이 그 내용이라는 것이다.


 

    그 내용에서 여야 의원들이 아무리 합의해도 이병석 의원이 재안한 36개 조항 중 다 삭제하고 17개 조항이 남았는데, 이 안에서도 통비법에 의한 통신감청을 해야 한다는 것, 금융계좌도 추적할 수 있도록 한 것과, 군 경비병력 출동 지원 조항 같은 것이 문제로 등장한다. 또한 국정원장에게 돌아갈 컨트롤타워도 문제다. 심지어 국무총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으로 했지만, 그 자체도 문제였다. 아무리 빼려고 해도 새누당 지도부는 영장없이 국정원이 시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고 더민주당은 인권침혜 소지가 분명하고 독재적 장치가 삽입되는 도·감청은 물론 FIU도 삭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삭제를 요구하는 부분은 없애려하지 않고,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의 발의 법안(2월 22일)이 새롭게 테러방지법에 더해진 것이다. 여기에는 인권보호관과 무고·날조 등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이 새롭게 들어간 것이다. 야당의 주장을 반영했다는 것이 아니라 터무니없게 새누리당이 한층 더 강제하고 있었다는 거다.


 

    박근혜가 필리로 테러방지법이 묶여있다는 소리를 들고 책상을 내리친 이유가 되는 것이다. 테러방지법만 통과되면 한국사역사교과서를 국정화 하듯, 법을 바꿔 장기집권도 가능할 수 있는 법인데, 야당 의원들의 필리에 걸려, 법이 직권상정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묶여버렸으니 당연히 안타까워했을 것이다.

    대신 뜻이 있는 국민들은 국회방송과 유튜브 등을 통해 실시간 필리를 들으며, 그동안 욕만 해 대던 야당의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국회 방청석 300여석이 다 차고 남아 다음 방청을 위해 긴 줄이 이어지고 있다는 한국일보도 본다.


 

    다음은 한국일보 긴 기사 중 일부만 빌려온다.

   52년 만의 필리를 대하는 의원들의 자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의원들 스스로에게도 필리는 낯선 경험이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모르고 우왕좌왕 했지만 토론자가 늘어날수록 나름의 요령을 터득하고 이를 서로 공유합니다. “발 아픈 걸 참기 힘들다”는 1번 타자 김광진 의원의 ‘팁’에 운동화를 신고 등장하는 의원들이 늘었습니다. 토론에 참여하기로 한 의원들은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며 어떤 내용을 발언할 지 고민하고 자료를 모읍니다. 법안과 관련 없는 내용을 토론해서는 안 된다는 규칙 때문에 ‘감시자’ 역할을 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중간중간 이의제기를 하지만 각자가 알아서 이를 지키려 애를 씁니다. 특히나 테러방지법이 국가정보원의 역할과 관련이 있다 보니 의원들은 국정원 혹은 그 이전의 안전기획부와 인연을 말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안기부에 고문 받고 안기부 요원들에 미행 당하고 했던 경험이 이렇게 쓰일 줄은 미처 몰랐다”는 말과 함께 쓴웃음을 짓는 의원들도 있습니다.


 

   필리를 접한 의원들이나 국회 관계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국회에서는 소리 크고 밀어붙이는 거 잘하면 무조건 이기는 것이 정설이었지만 본회의장이나 국회에서 차분함과 고즈넉함이 주는 힘을 느꼈다는 점입니다. 한 야당 의원은 “필리를 최대한 오래 하기 위해서는 마냥 목소리를 키우면 안 되고 차분함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늘 본회의장에서 여야 의원들이 삿대질하고 소리지르고 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라 처음에는 너무 어색했지만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싶다”라고 전했습니다. 비록 상대 없이 혼자 말하는 ‘독백 토론’이지만 토론의 중요성이나 무게감을 새삼 느끼게 됐다는 이들도 많습니다. 한 때 ‘물리적 충돌’에 연루됐던 강기정 더민주 의원은 “진즉 이런 토론 문화가 제대로 있었다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텐데…”라며 아쉬워했습니다.


 

   또 다른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시간 경쟁밖에 모른다’ ‘총선 앞두고 선거 운동’ 한다고 자극하는데 예전 같으면 집단으로 흥분하고 맞설 테지만 처음에 잠깐 그랬던 것 빼고는 필리를 겪으면 의원들 사이에 ‘그러지 맙시다’ ‘그래서 뭐 해’ 하는 반응들이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서로에 대한 배려의 마음도 조금씩 키우게 됐다는 이들도 많습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앞서 은수미 의원이 세웠던 최장 기록(10시간 18분)을 깰 수 있었지만 9시간 29분 만에 단상을 내려오면서 “은수미 의원은 국정원의 전신 안기부에서 고문 피해를 입은 분이다. 피해자의 기록으로 남았으면 했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평소 ‘친절한 석현씨’라 불리는 더민주 소속의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서기호 정의당 의원에게 “3분 안에 화장실을 다녀와도 된다”는 말로 본회의장의 의원들에게 잠깐의 미소를 선사했습니다. 더민주 당직자들은 속기사, 청경 등 필리 때문에 고생하는 국회 사무국 직원들과 기자들을 위해 감사 글과 함께 주전부리를 담은 ‘깜짝 선물 봉투’를 나눠주기도 했구요.(한국일보;2016.2.27.)


 

     

    필리로 인해 가장 큰 것을 얻은 것은 야당 의원들이 놀고먹지만은 않은 것으로 판명이 났다고 본다.  또한 국회에서 행해지는 필리로 인해 앞으로는 국회의원들도 언성을 크게 높일 필요도 없어질 것 같다. 가만가만 말을 해도 마이크 속으로 내 발음이 다 들어갈 수 있는 고성능 마이크를 사용하면서도 악 소리를 내야 상대 의원이 움찔하던 시대를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좋아 보인다. 한국적 싸움 방식도 달라질 것 같아 좋다. 그저 목소리만 크면 이긴다고 악을 있는 대로 다 쓰다 목이 쉬어 말도 못하던 싸움꾼들도 자취를 감출 것 아닌가? 아직도 국회에서 눈을 부라리며, 삿대질에다, 목소리를 높이며 테러방지법과 상반된 토론이라며 의장석 가까이까지 나와 항의하는 의원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차차로 변해 갈 것 같지 않은가?


    필리가 우리에게 주는 또 하나 더 큰 선물이 있을 것 같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독재로 인해 민주주의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치게 될 것으로 본다.

    앞으로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어야 하며, 권력도 국민으로부터 나오게 해야 할 것으로 본다.

 

 

  한국일보에서



  참고가 된 원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2271452321&code=910100&nv=stand

http://www.hankookilbo.com/v/238a2733521b4803aefd5dc04faa74c0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960221&cid=47305&categoryId=47305

https://ko.wikipedia.org/wiki/6%EC%9B%94_%ED%95%AD%EC%9F%81

http://news.naver.com/main/read.nhn?oid=421&sid1=100&aid=0001913014&mid=shm&cid=428288&mode=LSD&nh=20160227231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