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 마음

소요문화제가 왜 집회로 변했나?

삼 보 2015. 12. 20. 07:27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 제17장은 “최고의 윗사람은 밑에서 그 사람의 존재만 아는 것이고, 그 다음은 친절하여 그 명예를 인정하며, 그 다음은 그를 두려워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그를 업신여긴다. 그러므로 신뢰가 부족하면 불신이 존재하는 것이니라[太上下知有之 其次 親而譽之 其次 畏之 其次 侮之 故 信不足焉 有不信焉].”고 했다.

   이 말은 지금부터 2550여 년 전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그 당시 임금에 대한 평가라고 해야 할 것이다. 가장 좋은 왕은 백성이 왕이 있다는 것만 알고 그대로 따른다는 것이다. 그 다음은 임금이 국민에게 행하는 품위가 친절하니 그 명예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은 협박정치를 하는 독재자를 두려워하는 백성이다. 그 다음은 백성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외면되어 비하되는 임금이다. 역사 이래 업신여긴 임금도 한둘이 아니다. 독재자들도 많았다.


    이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 각자가 뽑는 대통령 시대다. 그 후보자를 좋아하여 뽑아준 어떤 국민은 그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기만 바라기 이전에 무조건 그가 좋아 뽑아준 이들도 있으니, 정치를 잘하거나 말거나 그저 좋아하기만 하는 부류의 국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이 있는 이라면 자기가 뽑아 준 대통령이니 자신의 안녕과 평화 그리고 행복한 삶이 영유될 수 있게 정치를 해달라고 은근히 바라는 것이 올바르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각자의 가치판단이 다른 세상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이득이 있든 말든 그 대통령이 하는 짓이라면, 독재정치를 해도 무조건 좋아하는 이들이 있으니 이건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할 짓은 아닌 것이다. 독재는 정치든 사회든 단 한사람의 독선적인 생각과 행동에 의해 모든 이들이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그걸 허용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아무 탈도 문제도 없이 박근혜가 대통령 감투를 쓴 것이 아니라, 지난 18대 대선에서 국정원과 국방부 그리고 지난 정부의 후원을 받아 어렵사리 대통령 감투를 썼다는 것이 사법부를 통해 알게 됐으니, 합법적이고 온전한 대통령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수순을 쉽게 바꿀 수 없는 관계로 억지로라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 정권을 그대로 맡기고 있는데, 그녀를 인정하지도 투표하지도 않은 국민들은 그녀가 이끄는 정치가 타당치 않다는 것이다. 2년10개 월 동안 그녀가 이끄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라 권력을 이용하여 국민을 옥죄려고 하는 힘이 많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노동 5개 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 등 일명 ‘박근혜를 위한 법’에 대해 국민의 거의 절반이 이상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재벌과 고용주들은 그 법이 통과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왜? 노동력을 착취했던 과거로 돌아 갈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부자는 더 부자로 만드는 법이고, 국가 정권을 쥔 쪽에 힘을 더 실어주는 법이며, 결국 서민만 더 어렵고 힘들게 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런 법을 통과시키지 않는다고 박근혜는 국무회의 때마다 “누구를 위한 국회인가?”를 외치며 국회를 마치 자기가 탄 사륜마차의 인마(引馬)로 변칙시켜 고삐를 강력하게 잡아끌며, 야당을 후려치고,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집권상정을 요구하며 잡들이 시키고 있지 않는가!


    2013년 박근혜집권이 시작되면서 올바른 인사정책도 쓰지 못했던 정권은 국민의 조롱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청와대 윤창중 대변인은 미국을 방문한 사이 미국계 한국인 여성을 성추행했고, 국회 청문회에 올라오는 총리후보자들은 물론 장관들조차 참신한 인물은 없었다. 겨우 겨우 법테두리에서 오갈 정도의 장관들과 총리가 국무를 보고 있는 중이다. 올바른 사고를 소지한 인물들이 정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

    정권을 잡자마자 정윤회 국정농단사건이 터지고 있었다. 분명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사건이 틀림없는데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으로 끌고 가는 간단한 수순을 밟은 일이 있었다. 정윤회가 청와대 문고리 3인방과 관계를 갖출 수 있었다는 증거는 그와 박근혜 간 과거 인연이 인정해주는 것이다. 그는 2002년 박근혜 국회의원이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한 후에 총재 비서실장을 지냈고, 박근혜가 한나라당에 복당한 이후 2004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 2년 간 박근혜의 입법보조원으로 행동한 과거사만 보더라도 쉽게 인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는 그를 강력하게 감싸고돌았으며 국정농단은 역사 속으로 숨어들고 말았다.

    지난해 4·16세월호 참사가 있던 때 박근혜는 7시간 행적이 묘연하다. 청와대 비서실도 그 내막에 대해 지금껏 온전한 발표를 못하고 있다. 300명이 넘는 인명이 죽고 행방불명이 된 사건이다. 더구나 안산의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수학여행 중에 일어난 참사였다. 그러나 국가는 인명구조조차 게을리 하며 무책임과 무능력의 정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도 무능력 무책임 정권이라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숨기기 전법에 취해 있었다. 총38명의 사망자를 냈고 아직도 2명이 치료 중에 있으며 146명 퇴원환자 중에는 허파꽈리가 재생할 수 없어 산소호흡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환자가 있는 것이다. 호미로 막을 수 있던 것을 포크레인이 등장해도 힘들게끔 감추기에 급급한 박정권의 행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한국사교과서를 국정화로 하겠다는 발표도 했다.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국정화 교과서를 피하고 있는데, 유별 박근혜만 독재정권이나 과거 독일의 나치주의에서 하던 방식을 채택하여, 자라나는 아이들의 사고를 억압하여 기형사고(奇形思考)를 갖추게 하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 국민의 70%p가까이 반대하는 상황을 박근혜 혼자 자기 아버지 박정희 군부독재에 대한 찬양을 위해, 국고를 손실하고 있다고 인정받을 짓을 자행하고 있는 중이다. 더구나 역사학자들이 대거 반대를 하며 편찬에 동의하지 않아 편찬할 집필진도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단지 신형식 이화여대 고대사 명예교수가 있을 뿐이다. 심지어 단 9개월 역사교사로 있던 이가 집필진에 포함됐었다는 말에 수많은 이들의 원성을 만들게 했다. 2017년 3월 학기부터 그 교과서로 공부할 수 있을지는 20대 총선에 달렸다고 본다.

    만일 20대 국회가 여소야대 국회로 변한다면 그 작업을 할 수 있을까? 깊이 생각해본다.


    박근혜 정권이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발표한 이후 민중의 소리는 더욱 달라지고 있었다. 11월에 있었던 1차 민중총궐기대회는 지나칠 정도로 과격했다. 경찰이 경찰차를 이용해서 차벽을 세운 것을 제거하기 위해 집회시위자들은 쇠파이프 등을 마련하고 있었다. 122km로 쏟아져 나오는 소방살수차 수압을 막아내기 위해 시위대는 복면을 하지 않으면 안 됐다. 결국 백남기(68)씨가 쓰러져 서울대학병원에서 식물인간으로 변하고 말았다. 그러나 경찰은 복면을 쓴 것과 쇠파이프를 든 집회시위자 탓만 하고 생명의 존엄에 대한 말은 아끼고 있다.

    2차 대회는 500여 종교인들이 꽃을 들고 시위자들을 안내했다. 1차에 대한 반성의 시위라고 해야 할까? 사실 과격시위가 되는 것은 강경진압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경찰과 언론은 시위의 과격이 먼저라고 한다. 누구나 과격시위를 좋아할 이는 없다. 자행하는 그들조차 좋아서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성질이 나게 하니 그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동물의 근성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참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승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경찰은 3차 민중총궐기대회를 허가하지 않으려고 가당치 않은 방법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컷뉴스는 “경찰은 보수단체가 먼저 집회 신고를 냈다며 3차 민중총궐기의 서울광장 개최를 금지했으나, 19일 총궐기가 열리던 당시 광장은 텅 비어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1일 경찰은 주최 측이 서울광장에 신고한 집회에 대해 "같은 장소에 재향경우회가 먼저 집회신고서를 제출했다"며 금지 통고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투쟁본부는 문화행사로 형식을 바꿔 서울시로부터 광화문광장 사용 허가를 받아 집회 개최를 준비했다. 하지만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19일 오후 3시 서울광장에서는 실제로 어떠한 집회도 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하고 있다.


    결국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광화문에서 ‘소요문화제’로 서울시에 신고를 하고 장소를 얻어냈다고 한다. 국가 헌법에는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가 있는데 광화문 광장은 집회를 할 수 없는 것으로 국가가 국민에게 훼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집회 측에서도 한상균 민총련 위원장의 소요죄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나머지 ‘소요’문화제로 하여 신고를 한 것이다. 국가가 국민의 안녕과 평화 그리고 자유를 억압하려 들면 국민은 또 다른 방법을 모색하려 하는 것이다.

    노자께서 말씀하신 “백성에게 이로운 기기가 많아지면 국가는 더욱 혼란스럽고, 사람이 많은 기교를 부리면 기이한 물건은 더 일어나고, 법령이 더 뚜렷해지면 도둑은 더 늘어난다[民多利器 國家滋昏 人多伎巧 奇物滋起 法令滋彰 盜賊多有].”고 하셨다. 인간은 상대 인간의 반응에 따라 스스로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항상 권력자의 태도에 따라 국민은 움직이는 것이다. 힘[權力]이 있는 자가 부드럽게 변하면 국민도 따라가지만, 권력자가 강력하고 독선적으로 변하면 국민도 그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다.

    군대에서 지휘자가 먼저 각을 세워 움직여야 부하들이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되는 것을 보면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래서 지휘자가 올바른 사람에 따라 통솔이 잘 되고 못 되는 것 아닌가?

    박근혜 정치는 오직 그녀를 따르는 이들만을 위한 정치이지, 조금이라도 진취적인 이들에게는 마땅한 정치로 이해할 수 없지 않을까 생각하게 한다. 그래도 박근혜를 따르는 이들이 있으니 그들을 존중하여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현실이 한국이 아닐까싶다. 고로 문화제로 신고한 행사가 집회로 변하는 한국의 현실 아닌가 말이다.

1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노동개악 저지,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 3차 민중총궐기

‘소(란스럽고)요(란한) 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참고가 된 원문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2&sid2=255&oid=001&aid=0008063956

http://www.nocutnews.co.kr/news/4520693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51219_0010488144&cID=10201&pID=10200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12191812051&code=940100&nv=stand

https://ko.wikipedia.org/wiki/%EC%A0%95%EC%9C%A4%ED%9A%8C

 

http://www.mers.go.kr/mers/html/jsp/main.j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