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修 身)

거산은 가고 민둥산은 욕을 먹고

삼 보 2015. 11. 27. 05:54

    거산(巨山)은 크고 높은 산을 말한다. 민둥산은 그렇게 높지는 않고 산등성이에 나무도 바위도 없이 그저 밋밋하지만, 잡초나 억새가 있어 사람들은 많이 올라갈 수 있는 산이다. 하지만 키를 넘기는 억새밭은 감히 들어갈 수 없고 길 따라 가야 하는 위험이 따른다. 억새를 잘 못 만지다 손을 배기 일 수이니 사진으로 보는 것만 하지 못하는 것이 억새풀이다.


 

    거산(巨山)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회의사당 영결식에 현직 대통령이 가짜라는 것을 인정하고 불참한 것 같다. 그러나 상서로운 서설(瑞雪)이 내리는 가운데 외롭지 않게 수많은 시민들이 운집했다고 한다. 7000여 명의 내외 귀빈이 참석한 가운데 김수환 전 국회의장의 "진정한 문민정치가, 부디 안식하소서"의 추도사와 김영삼 전 대통령이 평소 즐겨듣던 ‘청산에 살리라’ 추모곡과 함께 치러졌다고 한다.

    5일 동안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3만7400여명이, 각 지방자치단체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17만 명 가까운 조문 인파가 몰렸다고 한다.

    특히 몸이 불편해서 영결식조차 참석할 수 없을 것으로 알려진 장남 은철(59)씨의 배웅도 받았다고 한다.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주위부축을 받으며 가까스로 움직이는 사진을 보며 생각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이 국회의사당에서 엄수된 26일 부인 손명순 여사와 큰 아들 은철(부축하여

       중절모와 선글라스 쓴 이), 현철씨 등 가족 (출처: 경향신문 )



   朴이 진정한 대통령이라면 감기 몸살이 핑계거리가 될 수 없다고 본다. 물론 박정희 전 대통령과 YS 간 끊을 수 없는 정치사에서 나타난 것 같이 옳고 그름을 가른다면 틀리는 것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인정하는 것을 예로 한다면 박정희 국부독재는 YS의 역사바로잡기에서 무릎을 꿇지 않으면 안 될 상황까지 간 것이다. 그 올바름을 朴이 그르다고 인정한다면 거산에 비해 박의 속내는 여인과 같은 부드러움 속에 표독스러움도 지닌 민둥산에 버금한다는 취지이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입지를 돈독하게 하려 했다면, 장례식장에서 배웅으로 끝을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결국 뒷말을 만들게 하는 소행(少行)이 된 것이다.


 

    거산이 27세에 정치에 입문하여 파란만장한 정치사를 만들었다고 하는 것 같이 좋은 성과만 거둬들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준 민주화의 열쇠와 역사바로세우기는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것 그 자체이다. 그러나 가짜로 인정하는 朴은 막 피어날 새싹들에게 지금 이 순간에도 위태롭기 그지없는 역사를 넘겨줄 것으로 판단을 하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 그뿐인가? 치졸하기가 한둘이 아니다.


 

    노컷뉴스는 ‘YS 영결식 불참한 박근혜 대통령 "협량의 정치 논란"’이라는 제하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박 대통령은 26일 국회에서 엄수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불참하는 대신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운구행렬을 떠나보내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을 다시 한 번 위로했다.

 

청와대는 이를 "국가장 영결식의 일부 절차에 참석했다"고 밝혀 영결식 불참에 따른 따가운 비판을 의식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 주치의가 고열 등 감기 증상이 있는 상황에서 추운 날씨에 오랫동안 야외에 있으면 곧 있을 해외 순방 등에 차질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서 장기간 외부 공기에 노출을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건의를 했다"며 영결식 불참이 참모들의 건의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에게 최대한 예우를 표하기 위해 운구가 출발하기 직전에 빈소를 방문해 애도를 표했다"고 덧붙였다.


 

국장과 국민장이 통합된 국가장으로 전직 국가원수에 대한 장례식이 치러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건강을 영결식 불참의 이유로 들었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대를 이은 악연도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도 있다. (노컷뉴스;2015.11.26.)

http://www.nocutnews.co.kr/news/4510169




 

 

 

    모든 공과(功過)는 하나만 보고 말할 수 없다. 노컷뉴스는 상세하게 기록했다.

    지난 23일 YS장례식장을 찾았을 때도 단 5분 조문을 하면서 방명록 기록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달 초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부친상에는 조화조차 보내지 않았고, 2012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의 1등 공신으로 활약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지난해 11월 모친상 때도 조화를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朴은 세월호 참사 1주기인 지난 4월 16일에는 유족들이 모여 있는 안산을 피해 진도 팽목항을 방문해 유가족들을 만나지 못하고 대국민 담화문만 한 뒤 팽목항을 떠나 해외순방을 떠났다.

 

    朴은 세계적인 지도자들이 몰린 남아공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는 불참했으면서, 지난 3월 독재와 장기집권자인 싱가포르 리콴유 전 총리의 장례식에는 참석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녀는 우리 국민의 뜻과 다르게 조문록에 "리콴유 전 총리는 우리 시대의 기념비적인 지도자였다"며 "그의 이름은 세계사 페이지에 영원히 각인될 것이고, 한국 국민은 리 전 총리를 잃은 슬픔을 싱가포르의 모든 국민과 함께할 것"이라고 영문으로 적었다. 국민 전체의 뜻을 전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어딘지 맞지 않은 내용이다. 결국 朴의 개인적인 사고가 국민의 속을 태우고 있는 것이다.

 

올바른 지도자란 따르는 사람들로부터 잡음이 없는 행동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편을 가르게 만들거나 편을 갈라놓는다면 그를 따를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공자(孔子)께서 “참사람은 두루 친밀하게 지내지, 비교하여 편을 가르지 않고, 소인은 비교하여 편당을 가르고, 두루 함께하지 않는다[君子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라는 말씀을 남기셨다.

    사람을 비교하기 시작하면 자연 편파가 생기게 마련인 것이라는 말씀이다. 오직 한 결 같이 두루 살필 수 있는 성격을 갖춘 사람은 주위로부터 자연스럽게 칭송을 받게 되는 것으로 본다.

 


    巨山 김영삼 전 대통령 재산이 어디에 또 있는지는 모르지만 언론매체들은 상도동 자택이 전부라고 했다. 하지만 그 분께는 수많은 돈이 들고 났는데, 결코 남은 것은 자신이 거처하다 간 그 집이 전부라고 평가를 하는 것으로 봐서, 돈 욕심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고 본다. 또한 호기롭고 걸걸하다고 해서 호탕(豪宕)한 성품을 갖추었다고 하니 주위에서 허물없이 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거산이라는 호(號)가 말해 주듯 큰일을 했지만, 그 산이 지니고 있는 거대한 것만큼 험악한 면도 없지 않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할 것으로 본다.

    민둥산이라고 하는 말과 같이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은 해발1,119m로 힘들게 정상을 올라도 소나무 한 그루 볼 수 없는 벌거숭이산이다. 석회암 지대인 데다 옛날에 산나물을 많이 나게 하려고 해마다 불을 질렀기 때문이라 한다. 요즘 정상을 차지한 것은 푸른 하늘과 맞닿아 있는 온통 억새뿐이라고 했다. 비록 정상에 변변한 나무 한 그루 없지만 산행길이 만만한 것은 아니라며 산세의 험악함도 알려준다.

    아시아경제는 “민둥산에서 꼽는 장관은 민둥산의 표지석을 에워싼 사람들이다. 너도 나도 그 앞에서의 기념 촬영을 희망하니 민둥산은 둥산은 잃어버리고 ‘민’만 보인다. 돈과 명예만 최고인 줄 알고 그보다 가치 있는 걸 놓치고 사는 누구의 모습과 닮았다.”고 적었다.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5112315373257697


   거산은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지만 우리를 떠났다고 할 수 없다. 민둥산은 우리와 함께하지만 무수히 욕을 먹고 산다. 욕심이 극에 차있어 국가 역사까지 주무르며 결국 치명적인 상처만 스스로 남길 것 같아 보인다.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 (출처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