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형제는 싸우면서 큰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피가 섞인 형제라지만, 의견 대립이 있을 때는 주먹이 오갈 때도 종종 있을 수 있으니, 일반적으로 하는 어른들의 위로의 말이었다. 사실 가까이 살아가는 형제이기 때문에 다정할 때도 많지만, 순간전인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 노출하는 것이 형제인지 모른다.
그러나 남북은 벌써 70년을 해어져 살아오면서 다정했던 적이 있었는지 하는 생각이다. 이념으로 해어진 형제간에 그 이념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갈라지게 만들고 있지 않는가. 더해서 남남 갈등까지 겹쳐진 우리 현실에 비춰볼 때, 이번 남북 합의는 새로운 장을 이끌어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벌써 뒷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황병서 북한 군 총정치국장은 25일 <조선중앙텔레비전>에 직접 출연해 “이번 긴급 접촉을 통해 남조선 당국은 근거 없는 사건을 만들어가지고 상대 쪽을 자극하는 행동을 벌이는 경우 군사적 충돌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심각한 교훈을 찾게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뉴스다.
25일 0시55분경 ‘남북 공동보도문’을 주고받았을 때 제2항에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는 항목을 넣은 것을 뒤집기라도 하고 싶다는 말을 하고 있다. 저들이 남긴 이 항목을 보면서 생각한다. 분명 북한 군인들이 넘어와 목함지뢰(Wooden-box mines)를 설치하고 북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우리 군은 군인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구멍 뚫린 경계를 했다는 것을 말이다. 이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국가 국방을 책임진 국방장관은 물론이거니와 서부전선을 책임진 군 사령관을 위시해서 지역사단장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으로 본다. 경계의 중요성을 묻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도발이 또 일어날지 누가 알 것인가?
분명 공동보고문에 제발 방지한다는 말은 없다.
그러나 청와대에서는 제3항에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문구가 제발방지를 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어렵사리 둘러대고 있지만, 그 뒤 문장을 보면 언제든지 제발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항을 그대로 옮겨본다.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8월 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했다.’는 것은 북한에서 도발을 하면 또 확성기 방송을 하겠다는 내용일 뿐이다. 물론 북한은 우리 확성기 방송을 아주 싫어하니까 앞으로 도발을 하지 않을 것으로 인정하겠다고 넘겨 집는 것과 뭐가 다른가?
이젠 북한도 비무장지대나 서해안에서 쓸데없는 도발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저들의 우두머리들은 까마귀를 잡아먹어 머리가 잘 못 됐는지 약속을 해놓고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엉뚱한 짓을 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금번 서부전선에서 8월 4일 목함지뢰 폭발사건에 의해 우리 군은 8월 10일부터 대북확성기방송을 실시했고, 북한이 20일 오후3시53분경 1차 단발의 포격에 이어 오후4시12분 2차 수발의 포격을 해왔다. 그리고 오후 5시 04분경 우리 군도 북한 초소를 향해 수십 발의 155mm자주포로 보복타격을 했다. 결국 남북은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사태로 변해 곧 전쟁이 일어날 것만 같은 상황에 도달했다. 북한 김정은은 준전시상황을 발표했다. 한편 북한은 김양건 대남비서를 통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통문을 보내 대화를 요구했고, 우리 측은 북한의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관진 실장과의 1:1 대화를 요구했다. 결국 북한은 22일 오전 9시를 기해 판문점 연락채널이 열리자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관진 안보실장을, 북한 김양건 대남비서와 우리 측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합석하는 2:2 접촉을 제안하고 나섰다. 그리고 3시간 뒤 우리 측도 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12시쯤 고위급 접촉에 최종 합의하기에 이르게 됐다는 뉴스가 있었다.
22일 오후 5시까지 북으로 향한 확성기 방송은 중단되지 않았고 북한도 더 이상 도발은 없었다. 하지만 오후 6시 판문점 우리측 평화의 집에서 회담이 약속됐으나 20분 늦게 시작하면서 장장 43시간 마라톤 대화로 이끌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쭙잖게나마 남북공동보도문이 만들어졌다. 초긴장을 한 상태로 있던 국민들은 남북이 합의했다는 것에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새삼 깨달았을 것으로 미룬다.
가뜩이나 중국의 저성장 경제사정과 위안화 평가절하로 전 세계 증권가에는 자그마치 1경 원(한국 GDP 6배)의 가치가 사라진 이 때, 남·북한의 초긴장 전쟁 뉴스는 세계경제를 바닥으로 더 떨어지게 하고 말았다. 그래도 우리는 이번에 중국의 힘을 그대로 이용해 북한을 타격했다는 것 아닌가! 북한이 유감이란 단어를 이따금 쓰기는 해도 목함지뢰 설치 증거가 확실치 않았는데 머리를 숙였다는 것이 무엇 때문이라고 하는가? 중국은 이번 9월3일 전승절에 한국을 초대하기 위한 목적이 앞서 북한을 설득시킨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많은 우방들도 이번 중국 전승절에 초대를 받는 다는 것은 중국과 미국의 힘겨루기에 중국의 힘을 실어준다는 견해가 깔렸기 때문에 중국은 한국을 더 깊숙이 끌어들이려하는 것이다. 이대로 우리가 중국과 가까워질 수 있다면 북한은 쉽게 머리를 숙여오지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없지 않다.
북한의 김정은은 아직 세계무대에 진출하기엔 너무나 벅차고 힘겹다는 것을 잘 안다. 이제 30대 초반의 혈기만 있을 뿐 경륜이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지금 집을 비운다는 것은 마치 집을 떠나는 것 같은 상황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중국 전승절엔 최용해 노동당비서를 보낼 것으로 나오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김정은이 북한 지도층을 못 믿는다는 것도 우리에겐 나쁘지 않은 소득을 얻은 것 아닌가? 거기에 이산가족 추석 상봉을 기대할 수도 있고, 북한과 긴밀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계기는 없지 않았으니 이번 남북 공동보도 합의는 우리에게 실보단 득이 더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구촌은 이제 하나로 가야 할 때다. 더 이상 적이 되지 말고 모든 국가가 화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중국 전승기념일에 우리가 참가하는 것을 슬퍼하진 말아야 할 것으로 미룬다.
경향신문에서
참고가 된 원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8252236245&code=910302&nv=stand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8252229475&code=910303&nv=stand
http://www.nocutnews.co.kr/news/4463152
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706034.html?_ns=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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