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항

국회는 탁상공론에서 벗어나야

삼 보 2015. 6. 25. 03:58

     잠잠 해지는가 했더니 또 고개를 들고 일어나는 전염병의 정체는 무엇인가? 정치인들은 고사하고 국민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드는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중동 호흡기 증후군)의 수수께끼가 풀릴 것 같지 않다. 확진 환자 수는 줄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격리 외의 곳에서 환자가 속출하면서 격리시켜야 할 사람들이 쉽게 줄지 않고 있다는 뉴스다.

   사망자는 전날과 같은 27명이지만 환자 수는 4명이 증가해서 179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4명 중 3명이 격리대상 밖에서 환자로 들어왔다. 격리대상에서 해제된 인원은 11,210명으로 나와 있는데 이중에서도 환자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장담할 수 없다고 본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이 격리되면서 아직도 수천 명이 메르스에 발목이 잡혀있는 상황이다. 얼마나 많은 이들을 고통 속으로 끌고 들어가야 머리를 숙이게 될 것인가?

   환자들 중 잠복기 2~14일을 훨씬 넘겨 확진 판정된 환자가 자그마치 14명이 되는 것에 대해 의심을 품지 않은 이들이 없다. ‘잠복기2~14일’은 중동지역에서 조사한 그대로를 한국도 유지시키면서 그 기간만 지나면 격리를 해제하는 방법으로 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입이 있어도 정확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얼버무리기 일 수다. 병원마다 폐쇄기간이 다 된 것으로 알다가 다시 폐쇄조치하는 것도 이젠 다반사로 변해가고 있다.

   메르스는 처음 박정권이 쉬쉬하면서부터 수수께끼 사태로 변하고 있었다. 그 수수께끼를 풀어 달라고 했더니 국회는 엉뚱한 소리나 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은 지난 12일 대표 발의에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 전염병 감염 의심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울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내용은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광역·기초단체장은 무단으로 격리 장소를 이탈하거나 이동하는 등 감염 전파의 위험성이 인정되는 사람에 대해 감염병 관리시설에 즉시 격리하거나 격리 기간에 위치 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있다.'고 규정시키고 있다. 누가 들어도 환자를 성폭력 범죄자 같은 인상을 받게 하는 법안으로 들릴 수 있다.

   그저 탁상공론이나 할 것이 아니라 의원들께서는 각 지역으로 분산해서 현재 처하고 있는 병원들의 사태를 지켜보고 민관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불신을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본다. 특히 집중적으로 퍼져나간 환자 수가 많은 병원을 상대로 현지 조사를 실시하고 박정권이 저지른 인재(人災)의 근원을 찾아내서 투명하게 처리해야 한다. 아직도 병원 안팎에선 의료진들의 고통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그 고통을 빠른 시일 안에 덜어줘야 한다. 얼마나 고생을 하는지 의원들은 현지를 방문하여 파악해야 한다.


   다음은 <연합뉴스>가 마련한 을지대병원의 홍민정 중환자실(내과계) 수간호사의 일기 가운데 ‘'땀과 눈물'로 써내려 간 메르스 대응격리 간호사 일기’를 읽어본다.


병원 측이 취재진에 제공한 홍민정 수간호사 일기 발췌본을 주요 날짜별로 정리했다.


▲ 9일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왔다. 그럴 줄 몰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긴장의 끈을 꽉 쥐고 있었지만, 설마 싶었다.

굳게 닫힌 문이 우리와 외부를 갈라놓았다.

급하게 근무자 수를 맞춰 '낮번 간호사'를 시작으로 응급실에서 에볼라 때 준비해둔 노란 방호복을 가져와 입었고, 우리는 30분 만에 탈진했다.

온종일 땀에 젖어 붙어 있던 속옷은 몸을 감싼 모양 그대로 발갛게 부어올라 쓰라려 온다.

바깥공기가 살에 닿으니 두 아이가 생각났다. 그리고 펑펑 울었다.

동료 간호사들이 하나둘씩 모여 함께 붙잡고 울었다. 집에 있을 가족들 걱정에 멈출 수 없던 눈물은 비상상황을 알리는 벨 소리에 잠시 멈췄다.


▲ 10일

우리는 추가 지원자들과 다시 전쟁을 시작했다.

급히 인원을 보충해가며 손발을 움직였다. 또 뜬눈으로 눈물만 흘리며 하루를 보냈다. 간호사라는 직업도 이 격리만 끝나면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어서 시간이 흘러 밖으로 나가고 싶다.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다.

신혼 한 달 차인 ○○쌤, 결혼을 앞두고 웨딩촬영과 모든 것을 연기한 ○○쌤, 학교수업도 못 가는 ○○쌤, 억지로 울음을 참으며 아이들과 영상 통화하던 ○○쌤, 부모님께 걱정하지 말라며 담담하게 통화를 마치자마자 펑펑 울던 ○○쌤….

늦은 시간까지 뒤엉켜 울며 우리는 하나가 됐다.


▲ 11일

오전 2시께 응급상황으로 수술이 필요했다.

환자처치와 자리이동, 수술을 위해 8번 소독 및 청소, 음압 유지 확인 후 수술, 끝난 후 또 열 번 가까이 소독을 했다.

그런 와중에 격리를 납득하지 못하고 나가겠다며 소란을 일으키던 한 환자분의 손에 맞아 ○○쌤의 고글이 움직이며 눈을 크게 다쳤다.

그 환자분은 평소 말수도 적었던 분이셨는데….

가족들도 만나지 못하게 하고, 바깥공기조차 쐴 수 없게 하니 속상하신 마음은 이해됐다. 하지만 우리는 서글펐다.

 

▲ 16일

어제 연락드린 A씨 보호자가 아침부터 전화가 왔다. 긴 심호흡 소리에 이어 조용한 목소리로 '아내에게 대신 마지막 편지를 읽어 달라'는 말에 막내 간호사가 놀란 눈치로 내게 알렸다.

'남편이 △△엄마에게 전합니다'로 시작된 편지의 내용은 처음 이를 받아 적던 막내 선생님부터 울렸다.

을지대병원에 1997년에 입사해 14년째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며, 처음으로 내 부모님의 마지막을 보내듯이 펑펑 울었다. 편지의 내용이 중환자실 안을 가득 채우던 순간 우리는 눈물로 서로의 마음을 알았다.


▲ 19일

박○○ 간호사의 생일이었다.

힘들어 지쳐 있어 생일인 줄도 모르고 있던 ○○쌤은 왈칵 울었다.

밖에서 먹는 비싼 스테이크는 아니었지만 챙겨주는 사람이 있어서 너무 고맙고 행복하다고 말하는 ○○쌤의 모습에 모두 웃을 수 있었다.

더 축하해주고 이야기 나누고 싶었지만,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았다. 다시 일을 해야 했다.

다독여주는 많은 사람이 있어서 오늘도 힘찬 하루가 됐다. 우리가 건넨 축하인사를 우리가 받게 될 그날이 기다려진다.


▲ 21일

"한밤만 자면 돼, 기다려 줄 수 있지?"

잔뜩 메인 목을 애써 삼키며 우리 아이를 달랬다.

"하루만 더 버티면 바깥 공기를 쐴 수 있을 거야"라고 말씀을 전하시던 부장님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끝이 보이지 않던 나날 속에서 마지막이 보이기 시작하니 없던 힘이 생겨나는 것 같다.

중환자실에서 나를 기다리던 환자분들을 보며 문득 '우리가 가족을 만나러 간 사이에는 어쩌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 2주간의 격리 기간이 끝나 아무런 색안경 없이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갈 시간인데, 긴 시간 동안 가족들과 면회조차 금지되었던 환자분들에게 먼저 나가게 되어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다.

지금까지 버텨주신 것처럼 힘내서 다시 시작된 면회 날 누구보다 행복하시길 빈다.



   179명 확진 환자들 중 의료 종사들이 34명으로 나온다. 그 중 12명의 간호사가 포함하고 있다. 작은 체구를 거대한 방호복 속에 넣고 이 더위에 피땀을 흘리고 있는 것을 상상하면 작은 동정심이라도 나올 것이다. 왜 이들이 이렇게 고생을 해야 하는 것인가? 누구 때문에?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고건 총리가 사스(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대책반을 세워 단 한 명의 환자도 발생하지 못하게 했다. 12년이 지난 지금, 똑같은 병원균 코로나바이러스(Corona Virus)가 중동지역으로 건너가 낙타로부터 유입돼 인체로 다시 들어왔다고 해서 메르스로 바꿔진 지금, 박근혜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및 보건복지부(DHHS), 세계보건기구(WHO) 방역전문가 5명과 간담회를 갖으며 “메르스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겪는, 낙타에서 시작된 신종 감염병이기 때문에 대비가 부족했고, 그 유입과 확산을 초기에 막지 못했다”면서 새로운 전염병으로 착각을 일으키게 하고 있다.


   그녀는 솔직하지 못했다. 메르스가 퍼지는 것을 숨기려고 한 박정권의 의지를 말하지 않고 있다. 물론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자신이 밝히지 말라고 했다며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것을 아니라고 하지 않겠다. 장관이 아니라 그 밑의 말단 직원이 메르스 확산을 숨기려 했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박정권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것을 배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종 책임은 총괄 지휘자가 질 줄 아는 사회가 된다면 거짓은 없어지는 법이다. 항상 윗선이 우물쭈물하다보면 그 밑에서 결정을 하지 못하고, 결국 그 윗선의 잘 못으로 밝혀지는 법칙을 모르는 것 같이 말하는 것이 안쓰럽다. 이게 한국 정치인들의 습성이다.

   어차피 들어날 것이지만 그 순간을 모면하려는 것 말이다. 그래도 그 말을 믿어주는 이들이 수없이 많다. 고로 그렇게 뒤집는 버릇이 만들어진다.


   일반인들이 그렇게 하면 믿지 않는데 한국 정치인들이 하면 믿는 것이 한국적 정치다. 어제도 그런 이들을 몇 몇 만났다. 결국 박근혜가 옳다는 것이다. 그들 중 어떤 이는 2003년 고건 총리가 사스 예방으로 세계 최고 방역을 했다는 자체도 모르면서 누가 정치를 하드라도 박근혜 같은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옹호하고 있었다. 이념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라는 것이다. 한 번 숭상하면 그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것 말이다. 그래서 공산주의에 빠져 북한 김일성과 스탈린 그리고 모택동 등에게 죽은 사람들이 수없이 많았지 않은가! 불상한 영혼을 용서해야 한다고 그 누가 말했는가! 올바른 말이다. 사상의 늪에 빠진다는 것이 진흙 밭의 늪보다 더 무서운 것이기 때문이다.

   한 번의 실수는 병가상사(兵家常事)라고 군대 전투 전술에선 한 번의 실수를 봐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박근혜는 2년 남짓 그 자리에 있으면서 5가지 실수를 했다. 그런데도 34%라는 지지율을 자랑하고 있으니 대단한 인물 아닌가!

수없는 국민을 피눈물 나게 했는데 말이다.


   국회는 탁상공론에서 벗어나서 실사를 하루 빨리 해야 한다. 메르스를 빨리 잠들게 하려면 말이다. 박근혜 2중대 새누리당과 3중대 새정치연합는 국회 안에서 총리나 장관들 말만 듣고 언성이나 높일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직접 확인하여 실질적인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 메르스 사태가 이 지경에 있는지를 알려면 밖으로 나가야 한다. 최소한 자기 지역구라도 찾아가 위로의 말이라도 건넬 수 있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 문형표 장관 같이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행동으로 옮겨야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섯 차례나 실수를 하고도 끄떡없는 대단한 박근혜를 알기 위해서라도 탁상공론은 미루고 국회는 밖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코호트 격리' 해제 을지대병원 의료진(대전=연합뉴스) 을지대병원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응을 위해 '코호트 격리'됐던 중환자실 수간호사의 일기와 당시 사진을 24일 공개했다.

사진은 전날 코호트 격리가 해제되자 의료진들이 방호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2015.6.24 << 을지대병원 >> soyun@yna.co.kr



  참고가 된 원문

http://news.naver.com/main/hotissue/read.nhn?oid=437&iid=1011353&sid1=102&aid=0000082483&mid=hot&cid=1018479&ptype=021&nh=20150624223956

http://www.nocutnews.co.kr/news/4433351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6/24/0200000000AKR20150624155600063.HTML?input=1195m

http://n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603655&sc=30000050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3766

http://www.hankookilbo.com/v/92ec6fb0a98b419498a06b7e6b4c8822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6242231465&code=910203&nv=st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