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말로 초록은 동색[草綠同色]이라는 말이 있다. 춘향전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암행어사가 된 이몽룡은 변 사또의 생일에 변 사또의 죄목을 낫낫이 나열하여 그 지방 탐관오리들과 함께 하옥을 시키고 나서, 춘향을 감옥에서 불러내어 꿀리게 한다. 그리고 이몽룡이 춘향에게 묻는다. “너는 기생의 딸이거늘 왜 본관사또의 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느냐?”하고 물으니 춘향이 답한다. “저는 기생이 아니옵고, 이미 지아비가 있는 몸입니다. 하오니 아무리 본관사또라고 하더라도 어찌 수청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한다. 이몽룡이 “그렇다면 나는 지나가는 어사인데, 내 청도 거절할 셈이냐?”고 물었을 때 춘향이 하는 말이 “초록은 동색이요, 가재는 게 편이라더니 양반들은 다 똑같은가 뵈다! 차라리 내 목을 베시오!”라고 앙칼지게 말했다고 한다.
한국의 옛 여성 정조관념을 극열하게 표현해주는 춘향전. 지금도 남녀 모두에게 와 닿는 인상적인 소설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날이 새면 변한다고 하지만 남녀 간의 정조문제에서만큼은 순결을 유지해야 한다는 사상이 더 앞에 가 있다는 것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우리나라에도 정조관념이 웃음거리로 등장하기 시작했으니 참으로 슬픈 문제 아니었는가! 외국으로부터 불어 닥친 성(性)문화가 그렇게 만들었다고요? 그렇게 핑계를 댄다면 어쩔 도리 없다.
‘윗물이 맑으면 아래 물도 맑다.’는 말을 떠오르게 한다.
1961년 5·16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는 소리 소문 없이 한다고는 했지만, 1년 중 3일이 멀다하고 아무도 모르게 암행을 나간다는 핑계를 대고 청와대 밖으로 나오곤 했다. 그 날 밤에는 수청을 들어야 할 여성이 필요했다. 그 여성을 찾기 위해 박정희 주위를 경호하는 박종규는 혈안이 돼야했다. 심지어 중앙정보부 부속 비밀연회장에서 사흘에 한 번 꼴로 술자리 행사를 갖고 있었다. 충격적인 것은 그 자리 「술시중 여인」으로 일류 탤런트와 가수를 비롯해서 연예인을 지망하는 나이 어린 여대생까지 불러들였다는 사실이다. 그 대통령전용 비밀요정의 호스티스를 시중에서 조달하는 책임자가 중앙정보부 의전과장 박선호였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대통령의 채홍사로 그는 최고의 비밀관리자였다. [비화 박정희의 여자|작성자 이사람 중에서]
박정희는 결국 그 일을 벌리려했던 궁정동에서 김재규 총탄에 맞아 1979년 10월26일 온전한 생을 마감하지 못했다. 만일 김재규가 박정희를 저격하지 않았다면 독재정치는 얼마나 더 길게 갔을 지 그 어느 누구도 모를 일이었다. 저해시킬 당시까지 18년 독재를 했는데 양이 찼다고 말할 사람이 있을까?
만일 박정희가 술과 여자를 밝히지 않았다면 2년 뒤 2017년에 100세 생일잔치를 청와대에서 성대하게 치를 수 있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싱가포르 리콴유(李光耀;1923.9.16.~2015.3.23.) 전 총리는 31년 독재를 했다. 그리고 세습시키고 있었다. 그 아들인 리센룽(李顯龍) 현 총리도 벌써 11년째다.
3월23일 싱가포르 독재자가 세상을 떴다. 그의 장례식에 맞춰 박근혜는 바싼 기름 하늘에 날려 보내면서 싱가포르로 향했다. 독재자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녀는 2013년 12월 5일 타계한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1918.7.18.~2013.12.5.)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초대 대통령의 세계 굴지의 조문에도 꿈적하지 않더니 싱가포르 독재자의 장례식에는 참석하고 있다.
남의 나라 조문에 참석한 국가 수장을 비교하고 싶지 않지만 박근혜의 참석을 보면서 비교치 않을 수 없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 떼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 존스톤 캐나다 총독, 메이트파레 뉴질랜드 총독,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 아베 총리 리위안차오 중국 부주석 등의 현직 수장들이고 미국은 클린턴 전 대통령과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예의를 갖췄을 뿐이다.
그러나 만델라 남아공 전 대통령 장례식에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서 70개국 현직 정상들과 30여 개국 전직 정상들이 참가하여 인권운동가의 저력이 과연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리콴유 전 총리가 싱가포르에 경제적 지주 역할은 어느 정도 했다고 할지 모르나, 정치에서는 독재시대를 이끈 것으로 밖에 볼 수 없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은 노컷뉴스가 보도한 자료이다.
청와대가 이번에는 리콴유 전 총리가 타계한 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박 대통령이 고인의 장례식에 참석한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는 고인의 국제적 위상과 양국관계, 한국과 각별한 인연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아무래도 박 대통령의 개인적 인연에 무게가 실립니다.
박 대통령은 2007년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이게 한다'에서 "리콴유 수상 부부는 나에게 부모님 같은 정을 주시는 분들"이라며 고인과의 인연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리콴유 전 수상과 내 아버지는 1960~70년대 아시아를 이끌던 지도자로서 서로 맞수 같은 사이였다"고도 했습니다.
실제로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리 전 총리의 장례식에 참석하기로 한 주요 이유는 다른 외국 정상과 달리 아버지 때부터 맺은 인연을 최근까지 이어온 사이였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설명했습니다.(노컷뉴스;2015.3.28.)
한국 언론 매체 중 일부는 싱가포르 언론보다도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를 국부로 표현하고 있었다. 또한 독재자의 딸이 보는 눈에도 독재자가 더 확실하게 돋보이는 것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리 전 총리는 공무원 부패를 막기 위해서라는 핑계를 대며 공무원 급료는 사정없이 올려주고 있었다. 간단한 예로 리센룽 현 총리 연봉을 보면 알 수 있다. 자그마치 180만 미국 달러의 가치를 받고 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40만 달러에 4.5배다. 중국 시진핑 주석의 2만 달러 가치에 90배나 된다. 그러나 싱가포르 중산층의 월 소득은 얼마나 될 것인가? 1000달러 가치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많이 걷어들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오직 한 가지 리 전 총리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공직자비리를 금지했다는 것이다.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는 박정희와 비교 한다면 술과 여자를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 총격에 의한 주검을 당한 것이 아니라 폐질환에 의한 병사였다. 영국의 식민지 당시 총리까지 올라 있었지만, 박정희처럼 혈서로 충성맹세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31년 독재를 하면서 언론을 억압하고 야권을 죽였다. 결국 민주주의를 국민으로부터 격리시킨 독재자다. 그 나라 국부라는 말까지 들을 수 있는 정치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유신독재자와는 질이 다르겠지만 국민의 입을 봉쇄시킨 독재자인 것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 독재자의 장례식에 참가해서 독재자의 딸 박근혜는 조문록에 "리콴유 전 총리는 우리 시대의 기념비적인 지도자(a monumental leader of our time)였다"고 영문으로 썼다. 또 "그의 이름은 세계사 페이지에 영원히 각인될 것이다.(His name will remain forever engraved in the pages of world history) 한국민은 리 전 총리를 잃은 슬픔을 싱가포르의 모든 국민과 함께할 것(The Korean people join all of Singapore in mourning his loss)"이라고 조선닷컴은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아니라 그 글을 쓴 사람과 일부 국민들이라는 것을 밝히고 싶어서다. 단지 독재자의 딸이 독재자를 조문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저 초록은 동색이다.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맨 왼쪽)가 2003년 9월 팔순을 맞아 아내 콰걱추, 당시 재무장관이던 아들 리셴룽과
함께한 모습. 리패밀리는 싱가포르 경제를 주무르며 민주주의의 성장을 가로막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AP 뉴시스
참고가 된 원문
http://www.ytn.co.kr/_ln/0101_201503291628125257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3/30/2015033000178.html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684350.html?_ns=c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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