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News)와 생각

통진당 해산 결정과 정치보복?

삼 보 2014. 12. 20. 04:31

     19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대한민국 헌법재판소(헌재)는 통합진보당(통진당) 해산 결정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로 국민에게 평정을 잃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읽는 이들에 따라 달리 들리는 부분도 많을 것으로 미룬다.


헌재는 결정문의 결론 부분에서 “북한식 사회주의 이념을 추구하는 정당이 다원적 세계관에 입각한 우리의 민주 헌정에서 보호될 수 없음을 선언한 것일 뿐”이라며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에서 새롭고 대안적인 생각들이 얼마든지 제기되고 논의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결정문 말미에 포함된 보충 의견이다. 안창호·조용호 재판관 의견으로 작성된 보충 의견에는 맹자의 고사 피음사둔(詖淫邪遁)을 인용해 “번드르한 말 속에서 본질을 간파해야 한다”면서 “피청구인 주도세력과 북한의 각종 전술을 간파할 수 있는 능력 없이 그들의 글을 읽고 주장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들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위험한 일”이라는 대목이 있다. “그들의 가면과 참모습을 혼동하고 오도하는 광장의 중우(衆愚), 기회주의 지식인·언론인, 사이비 진보주의자, 인기영합 정치인 등과 같은, 레닌이 말하는 ‘쓸모 있는 바보들’이 되지 않도록 경계를 해야 한다”는 대목도 있다.


국민들이 통합진보당의 주장에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차단 또는 격리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국민들을 그야말로 광장의 중우로 보는 발상이다. 헌재는 “아주 작은 싹을 보고도 사태의 흐름을 알고 사태의 실마리를 보고 그 결과를 알아야 한다(見微以知萌 見端以知末)”는 고사를 인용하면서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의 바탕인 자유민주주의의 존립 그 자체를 붕괴시키는 행위를 관용이라는 이름으로 무한정 허용할 수는 없다”는 논리를 끌어내기도 했다.


더욱 놀라운 건 통합진보당을 뻐꾸기에 비유한 대목이다. 통합진보당을 뻐꾸기에 국민들을 뱁새에, 한국 사회를 뱁새 둥지에 비유하고 있다.

“뻐꾸기는 뱁새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고, 이를 모르는 뱁새는 정성껏 알을 품어 부화시킨다. 그러나 알에서 깨어난 뻐꾸기 새끼는 뱁새의 알과 새끼를 모두 둥지 밖으로 밀어낸 뒤 둥지를 독차지하고 만다. 둥지에서 뻐꾸기의 알을 발견하고 적절한 조치를 한 뱁새는 자신의 종족을 보존하게 되지만, 둥지에 있는 뻐꾸기의 알을 그대로 둔 뱁새는 역설적으로 자기 새끼를 모두 잃고 마는 법이다.”(미디어오늘;2014.12.19)


   통진당의 정강정책에서 사회주의 냄새가 전혀 풍기지 않는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민주주의 그 자체에서 볼 때 우리 사회가 다 올바르다는 것도 모순 아닌가? 더군다나 자유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정당의 활동에 한계를 긋는다는 것도 모순 아닌가? 헌재 재판관 9명 중 8명이 인용(認容)을 하고, 단 한명인 김이수(61) 헌법재판관의 기각 이유 일부를 들어본다.


   김이수 재판관은 “피청구인의 문제점들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피청구인을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오랜 세월 피땀 흘려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성과를 훼손하지 않기 위한 것이고, 또한 대한민국 헌정질서에 대한 의연한 신뢰를 천명하기 위한 것이며, 헌법정신의 본질을 수호하기 위해 해산 심판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히고 있다.


   김 재판관은 "우리 사회가 추구하고 보호해야 할 사상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특히 소수자들의 정치적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며 "우리 사회의 진정한 통합과 안정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고, 대다수 일반 당원들(10만여 명)이 위헌적 정당의 당원으로 사회적 낙인 효과를 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다음은 경향신문 보도다.

보수단체인 ‘통합진보당 해산 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이정희 대표와 국회의원 5명 등 당원 전원을 보안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고발 이유는 진보당이 ‘반국가단체’라는 결론이 내려진 만큼 수사 필요성이 크다는 것으로 향후 당 지도부와 의원 보좌관, 당직자 상당수가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있다. 검경의 보안법 위반 수사가 진행돼 체포와 압수수색이 잇따를 수도 있다.


과거 진보당 당적을 가졌던 공무원들에 대한 불이익도 예상된다. 독일에서는 1956년 8월 연방헌법재판소에서 공산당 해산 결정이 내려진 이후 광범위한 직장해고가 단행됐다. 공산당 당적을 가진 모든 공무원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고, 이후 해고무효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위헌정당 가입을 이유로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검찰은 긴급공안대책협의회를 열고 진보당 해산 반대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기로 했다. 법무부 정점식 위헌정당·단체대책 태스크포스팀장은 기자들과 만나 “위헌 정당 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 집회를 금지하는 것이 기본적인 후속 대책”이라고 밝혔다. 정 팀장은 “위헌 정당 이념을 전파하기 위한 집회 자체는 집시법에 금지 집회라고 명시돼 있다”며 “진보당 해산을 비판하거나, 진보당이 하는 집회는 불법”이라고 했다. 현행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5조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해산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 또는 시위는 열 수 없다’고 돼 있다. 헌정 사상 최초의 정당해산 결정이라 1962년 제정된 이 법률 조항도 최초로 적용되는 셈이다.(경향신문;2014.12.19)



   분명 현 정권은 마구잡이식으로 집시법을 이용할 것을 예고하는 뉴스다. 이제 종북을 앞세워 빨갱이라며 공안 검사들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헌재를 부정하는 법조계의 의사를 들어본다.


헌법을 다루는 학자들은 '8대1'이란 숫자에 놀란 듯했다. 오동석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헌법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헌법을 얘기해야 할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또 이름을 밝히지 않은 A교수는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헌재 판결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사건"이라고 잘라 말했다.

1987년 6월 항쟁의 산물인 헌재가 스스로 '1987년 체제'를 부정했다는 의견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이번 결정은 또 다른 긴급조치"라며 "더 이상 진보좌파의 담론을 늘어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오마이뉴스;2014.12.19.)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재야 법조계는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 결정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민변은 성명을 통해 "헌재 결정은 대한민국 정당민주주의에 대한 사법살인"이라고 규정했다.

민변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지 2년이 되는 오늘, 헌재가 해산한 것은 통진당이 아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그 자체"라며 "정치권력에 의한, 정치권력에 편승한 헌재의 정략적 결정으로 정치적 자유가 심각하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연합뉴스;2014.12.19)



  세계적으로 정당을 해산한 일은 독일과 터키가 있는데 독일의 경우 극우 공산주의에 나치즘이 곁들인 정당이었다는 점이 다르며, 터키는 쿠르드족의 독립을 요구하는 분리주의자 정당의 경우로 인정하고 있다. 독일공산당의 해산은 헌재에 상고한지 4년7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었다. 하지만 우리는 단 1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모두 해결한 속전속결의 해산으로 세계에 영원히 남겨질 역사를 만들었다. 정치보복임이 들어나는 상황이라는 말을 감히 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이승만 정권에서 날로 인기가 치솟고 있는 조봉암으로부터 위협을 느낀 나머지 당시 진보당으로 창당이 이뤄지고 있는 정당을 해산시켰다는 노컷뉴스를 본다.


지난 1956년 치러진 제3대 대선에서 당시 진보당 창당을 준비하던 조봉암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30%의 득표율을 보였다. 2대 대선 때 얻은 79만 여 표의 3배 가까운 216만 여 표를 획득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무난히 3선에 성공했지만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에 커다란 위협을 느꼈다. 이에 자유당 정권은 1958년 1월 13일 이른바 '진보당 사건'을 발표했다.


평화통일론을 내세운 조봉암 등이 북한 간첩들과 접선해 공작금을 받았으며 공산당 동조자들을 국회의원에 당선시켜 대한민국을 음해하려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정권은 한 달 만인 2월 25일 진보당의 정당등록을 전격 취소했다. 입헌 이래 우리나라 최초의 정당 해산이었다. 그리고 조봉암 등 간부들을 줄줄이 기소했다.


그러나 1심 재판 결과 대부분의 사실이 조작됐음이 밝혀졌다. 대부분의 간부들은 무죄를 선고받고 당수인 조봉암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5년이 선고됐다.

그러자 시위대가 법원 청사에 난입해 1심 판사를 비판하며 '간첩' 조봉암을 처벌하라고 요구하는 등 사회적 분위기가 얼어붙었고 이후 법원 판결의 기류도 바뀌었다.


대법원은 59년 2월 27일 조봉암은 사형에 처하고 다른 간부들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정권의 정적(政敵) 제거 시도에 발맞춘 명백한 '정치 판결'이었다. 조봉암은 재심 청구가 기각된 이후인 7월31일 교수형을 당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평화통일론 등 통일정책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가 잦아들었고, 혁신정당의 활동도 위축됐다.

사건 49년 만인 2007년 9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위원회는 이승만 정권에 의한 비인도적이고 반인권적인 인권 유린이자 정치탄압 사건이라고 결론짓고 국가의 사과와 명예회복 조치를 권고했다.


이어 2011년 1월 16일 대법원은 조봉암의 재심사건 선고 공판에서 대법관 13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리고 조봉암의 누명이 벗겨진 지 3년 만이자 조봉암의 진보당이 해산된 지 56년 만인 2014년 12월 19일 또 하나의 진보당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노컷뉴스;2014.12.19)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이정희 통진당 대선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떨어트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실토했었다. 그리고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면서 박근혜 후보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이 사실이 반전이 돼 국민들로부터 박근혜 후보가 동정을 얻어냈다고 했다. 그게 당선의 물꼬를 틔게 했다고 혀를 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2년 만에 통진당은 해산이라는 선고를 받았다.


   헌재 결정문에서 국민을 뱁새로 표현하든 황새로 표현하든 뭐가 중요할 것인가! 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는 국민을 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보복을 필두로 국민의 입을 막아버릴 태세로 변해가고 있는 현 정권은 분명 독재로 가려는 태세 아닌가?

   통진당 해산으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현 정권의 정치보복에 휩쓸려 떠내려가지는 않을지...


 

박한철 헌재소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선고에서 해산 결정의 요지가 담긴 주문을 읽고 있다.



  참고가 된 원문

http://news.naver.com/main/hotissue/read.nhn?mid=hot&sid1=100&cid=958306&iid=48916860&oid=001&aid=0007311833&ptype=011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12192249125&code=940100&nv=stand

http://www.nocutnews.co.kr/news/4342782

http://www.nocutnews.co.kr/news/4342818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0764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64654&PAGE_CD=N0004&CMPT_CD=E0018


"'막걸리 보안법'의 부활'1987년 체제'의 종말이다" - 오마이뉴스
통합진보당은 끝내 헌법의 이름으로 19일 해산당했다.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8명 찬성이라는 압도적인 결과였다. 박한철 헌재 소장은 선고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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