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창을 열다

1천만 거리서명과 경제활성화법

삼 보 2016. 1. 19. 06:10

     故 우이(牛耳=쇠귀) 신영복은 <담론>에서 사형수가 됐을 때 “자살하지 않은 이유는 햇볕 때문이었다.”는 표현을 썼다. 추운 겨울 독방에서 두어 시간 받는 그 햇볕의 기다림과 따스함을 자신의 열정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독방에 들어오는 “신문지 크기의 햇볕만으로도 세상에 태어난 것은 손해가 아니었다.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받지 못했을 선물이다.”며 영어(囹圄)의 존재만으로도 감사하고 있다.

   세상을 감사하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 행복을 안다는 것 또한 희망이 있는 것 아닌가! 그러나 우리 젊은 세대에게는 지금 ‘희망’이라는 단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살지 않나? ‘신영복의 감옥’보다 더 어두운 것 같지 않은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이가 거리로 나가 국민을 빙자하며 투쟁하고 있는 중이다. 한겨레신문은 ‘국회 설득은 않고 거리서명 나선 박 대통령’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정용 선임기자는 사진설명에 “박 대통령 ‘초유의 서명’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 광장에서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관련 단체들이 주도하는 ‘경제활성화 입법촉구 1000만 서명운동’ 현장을 찾아 명부에 서명하고 있다. 대통령이 입법 관련 서명운동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적었다.

   朴은 18일 오전 경기도 성남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문화체육관광부 등 7개 부처 정부 합동 업무보고에서 서명운동을 언급하며 “오죽하면 국민들이 그렇게 나서겠는가. 이것은 국회가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니까 국민들이 나서서 바로잡으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권고성 발언을 하고 있다. 朴은 판교역 광장으로 가서 명단에 서명한 후 또 “얼마나 답답하시면 서명운동까지 벌이시겠습니까”라며 “저도 노동개혁법과 경제활성화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했는데도 안 돼서 너무 애가 탔는데, 당사자인 여러분들은 심정이 어떠실지 생각이 든다”고 하며 이어 “힘을 보태드리려고 이렇게 참가를 하게 됐고, 국민들과 경제인 여러분들의 마음이 잘 전달됐으면 한다”는 보도를 본다.


   물론 국민의 한 사람이란 것은 누구나 긍정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국민을 선동하는 행동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또한 자신의 직무를 유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진정 자신이 대통령(大統領=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의 원수로서 행정부의 실질적인 권한을 갖는다) 직을 수행하는 이라면 먼저 행정부 안에서 일처리를 완만하게 했어야 한다. 그리고 국회를 설득했어야 한다. 국회가 제대로 설득이 안 되는 입법이라면 그 법 안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지금 대부분의 국민은 경제활성화법이나 노동개혁법들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이유는, 전 국민을 위한 온전한 법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기업인과 재벌 등 권력을 쥔 자들의 법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은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법이라면 통과할 수 있게 법을 고쳐야 하는 것 아닌가? 朴은 소통은 고사하고 국회를 옥죄고 억압하려고만 하지 않았는가? 쓸데없는 강짜를 부리지 말고 여야가 합의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내 의사를 상대가 이해를 하지 못하던지 반대를 한다면 그 내용에 잘 못이 있는 것을 찾아야 할 것 아닌가? 자신의 잘 못을 찾을 생각은 하지 못하고 남 탓만 하는 朴은 말로만 대통령이지 철없는 아이와 비교가 될 정도이다.

   공자(孔子)께서 “나는 그의 과오를 능히 나타내고 그 스스로 속내를 판단하는 자를 아직 보지 못했다.[吾未見能見其過 而內自訟者也].”고 하신 말씀이 생각나게 한다.


   경제할성화법과 노동개혁법 단어로 볼 때 참으로 그럴듯한 법으로 들린다. 하지만 그 속내는 결국 구조개혁이다. 즉 기업의 사용자가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이들은 가차 없이 퇴직시키고, 노동의 대가를 축소하기위해 정규직은 축소하고 비정규직을 늘여야 기업이 활성화된다는 내용이 아니고 무엇인가?

   구조개혁? 멋진 표현이다. 조직을 개혁하자! 어떻게? 노동자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그 길만이 기업이 살고 경제가 활성화된다? 정말인가?

   지금 대기업은 돈이 넘쳐서 금고 속이 꽉꽉 차서 더 이상 들어갈 곳간이 필요하지 않은가? 얼마나 더 기업을 활성화시킬 셈인가? 청년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일자리를 찾아도 하루 15시간씩 일을 해야 하는 이들이 즐비한데 얼마나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것인가?


   다음은 경향신문의 [부들부들 청년]은 ‘찍퇴…‘사람이 미래’라더니…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신입도 ‘미래 깜깜’‘이란 보도를 하고 있다.

“2015년은 전쟁이었어요. 한 차례 폭격기가 쓸고 지나간 느낌이죠. 새해요? 이젠 폭격기가 아니라 핵폭탄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웃으면서 견디려고요. 우리가 웃지 않았으면 다 희망퇴직 쓰고 나갔을 거예요, 아마.”

지난해 12월22일 오후 6시 인천의 한 카페. 두산인프라코어 생산직 직원 김동현씨(20대·가명)는 한 달간 ‘찍퇴’(찍어서 퇴직) 앞에서 맘 졸이며 살았다고 했다. 그는 한 달 전 회사에서 통지한 21명의 대기발령 명단에 들어갔다. 희망퇴직에 불응한 게 이유였다. 희망퇴직은 ‘원해서 회사를 나간다’는 뜻이다. 하지만 회사는 거부하는 직원들을 작업장에서 빼 대기발령을 내렸다.


회사는 교육이라면서 A4용지 3~5장 분량의 회고록을 쓰거나 명상을 하게 했다. 교육 중엔 휴대폰을 압수하고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게 했다. 경조사 외엔 연차휴가도 금지했다. “인권 침해”라는 반발이 커질 즈음, 밖에서는 1~2년차 신입사원과 23세 여직원까지 희망퇴직 명단에 들어간 게 불거졌다. 여론이 들끓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기업에서 정리해고를 당해 거리로 나앉았던 아버지들의 모습이 재현된 것이다.


“처음엔 소문이었어요.”

지난해 초 직원들 사이에 ‘회사가 정리해고 절차를 밟을 것 같다’ ‘이미 노동청에도 신고를 했다’ ‘곧 매각이 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설마” 하면서도 가슴이 쿵쾅거렸다. 소문은 곧 현실이 됐다. 2월에 희망퇴직이 시작됐다. 말이 개별 면담이지, ‘너 나가지 않을래’라는 회유와 압박이었다.

“지금 희망퇴직 신청하면 위로금이라도 받지, 나중엔 그것도 없을 거야. 잘 생각해봐요.”

“내년에 회사 사정이 안 좋을 것 같고, 지금 희망퇴직하는 게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에게는 더 이득일 거예요.”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는 사람들은 두 번, 세 번씩 면담했다. “당장 눈앞에 있는 돈이라도 받고 나가자”며 자진해서 퇴직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나 나간다, 잘 있어라.” 눈시울이 붉어진 채 작별인사만 짧게 주고받고 선배들은 줄줄이 회사를 떠났다.

“내가 왜 희망퇴직을 해야 되냐고, 내가 뭐 때문에….” 형들은 이야기를 나누다 서럽게 울었다. 그 옆에서 김씨도 덩달아 울었다. 희망퇴직 권고는 곧 30대와 20대까지 내려왔다. “어떻게 해야 되지….” 머릿속은 백지처럼 하얘졌고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봐도 감정은 울컥했다. “억장이 무너지더군요.” 남들이 하던 말 그대로였다.(경향신문;2016.1.18.)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법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기업은 사용자 맘에 들지 않거나 기업벌이가 신통치 않으면 희망퇴직이라는 단어로 노동자가슴을 옥죄고 있는데, 박정권이 강제로 통과시키려는 법들이 통과되면 사회는 실업자로 득시글거리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구조개혁? 미국의 2008년 금융위기는 레만브라더스의 터질 것이 터진 것이다. 80년대 레이건 정부 이래 과도한 금융규제를 철폐한 월가의 경제부조리와 지나친 로비가 미국 행정부의 나태한 실수였다. 결코 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대가가 커서 일어난 사건이 아니었다. 더해서 부호들은 위기 속에서도 빚잔치를 하며 자신들의 몫은 다 챙겨가고 있었다. 또한 디트로이트가 폐허로 된 것도 자동차기술개발투자가 미미한 미국산업의 실패였지 지나친 시급 때문이 아니었다는 것을 박정권 경제팀들이 몰라서 하는 일인가? 얼마나 재벌들이 부를 축적해야 더 이상 국민을 죽이지 않을 것인가?


    새누리당은 ‘국회 선진화법’ 먼저 개정하겠단다. 새누리당은 18일 국회 운영위원회를 단독으로 열어 선진화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이제 정의화 국회의장의 경정만 기다리면 된다. 지금까지 국회 3/5 이상이 동의해야 하던 선진화법이 1/2이상 동의하면 무슨 법이든 다 통과시킬 수 있게 변해버릴 것 같다. 야당의원 수로는 어림도 없다. 일반적으로 진행돼오던 법안은 ①소속 상임위 전체회의 상정→②상임위 법안소위 의결→③상임위 전체회의 의결→④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상정→⑤법사위 제2법안소위 의결→⑥법사위 전체회의 의결→⑦본회의 상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국회법 제87조는 7일 이내 의원 30인 이상이 요구하면 위의 ②~⑥ 단계를 뛰어 넘을 수 있는 법안 ‘프리패스’ 조항이 있다는 것이다. 국회가 소수 의견 보호를 목적으로 해당 상임위에서 폐기된 법안이라도 본회의에서 전체 구성원의 의견을 물을 수 있도록 했던 법안을 새누리당이 이번에 악용한 사례다. 새누리당은 22일 부결된 선진화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겠다고 한다.


   이제 정의화 국회의장이 표결에 붙인다면 국회 과반수가 넘는 새누리당 멋대로 경제활성화법도 노동법도 통과될 수 있게 될 것 같다. 2012년 5월 선진화법 처리 당시 국회의장 직무대행이었던 정 의장은 선진화법이 “국정 운영에 대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며 반대한 적이 있다. 고로 선진화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22일 선진화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야당은 닭 쫓던 X신세가 될 것 같다. 세상 참 더럽지 않은가?


    경제단체들이 모여 경제활성화법 국회통과를 위해 1000만 명 거리서명을 실시하질 안나, 박근혜가 얼싸 좋다고 거리서명에 참가하며 국민을 회유하질 안나, 그 사이 새누리당은 야당에게 통보도 없이 국회법 87조를 거들먹거리며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 갖은 각고 끝에 법을 개정하여 서민들을 더 옥죄는 법을 통과시키려고 하지 않은가! 만일 야당이 그렇게 막아내던 경제활성화법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노동자와 서민 그리고 청년들의 궐기는 막을 수 없을 것으로 예측하게 하고 있다.

    결국 대한민국에는 ‘희망’은 온 데 간 데 없이 점점 ‘패망의 길’로 다가가지 않는가?


일러스트 | 김번 작가


  참고가 된 원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1181906521&code=940100&nv=stand

http://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726789.html?_ns=t1

http://www.ajunews.com/view/20160115105329063

http://news.donga.com/3/all/20160119/759890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