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을 아침마다 만나는 게 요즘 내 취미가 된 것인지
어린 시절 강원도 철원의 산자락 밑
작다고만 할 수 없는 벌판에서
수줍듯 머리 숙이고 있는 가냘픈 메꽃의 나팔들
쑥대 같은 것 - 조금은 긴 줄기의 것 -에 똬리틀고 올라가는 새로운 기상에
작은 발걸음이 멈추고 만다.
예쁜 꽃들도 많은데 유별 나팔꽃을 좋아했던 이유는 모른다
우리 집 마당에는 없던 꽃이기 때문이었을까?
이따금 담임 선생님 댁 울타리엔 가득한 나팔 꽃들이 반기고 있어설까?
신기해 하는 내 스스로도 나팔꽃에 대한 애증은 따로 였을까만
씨를 구해 심어도 자라나지 않던 나팔꽃이다.
선생님 댁 울타리처럼 꽃들의 삶에 충분한 조건이 안 된 때문이었을 게다.
그 메꽃들이 노인아파트 8층까지 올라와 잘 자라주고 있다.
잡아줄 수 없는 진드기들 먹잇감이 된 잎들도 없지 않지만
벌써 밑둥 잎들은 노란 단풍으로 물들어 있다.
하지만 줄기는 왕성하게 하늘 쪽을 향해 틀고 또 틀면서 올라간다.
얼마나 높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인지 몰라도
대략 3m 높이 대나무 한 개 쪽으로 모든 줄기들은 모아질 것이다.
LA Downtown 쪽으로 나팔부는 아이도 있고 내 방을 향해 가볍게 부는 아이도 있다.
아니 강하게 부는 아이도 있어
매일 같이 얼굴을 돌려 나팔 아이들의 성장을 본다.
힘차게 불어 세상을 일깨우는 아이들이 될 것을 바라면서.
아침의 영광은 세상이 멸망하기까지 계속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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